매일신문

혈액 소수자들의 '5분 대기조'…Rh(-)현혈자 모임 '두손모아 봉사회'

긴급수혈 필요할 때면 SNS·문자로 '총알 연락'…"잠자다가도 달려갑니다"

지난 9일 오후 8시쯤 대구 중구의 한 카페에서 Rh(-) 피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두 손 모아 사랑을 전했다. 왼쪽부터 대구경북 Rh(-) 헌혈 봉사회(두손모아 봉사회) 박금자 부회장, 이창현 고문, 박우성 회장, 장수정 서기 모자, 김민선 사무국장.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지난 9일 오후 8시쯤 대구 중구의 한 카페에서 Rh(-) 피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두 손 모아 사랑을 전했다. 왼쪽부터 대구경북 Rh(-) 헌혈 봉사회(두손모아 봉사회) 박금자 부회장, 이창현 고문, 박우성 회장, 장수정 서기 모자, 김민선 사무국장.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불과 십수 년 전만 하더라도 TV에 Rh(-) O형 혈액을 구한다는 자막을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샌가 이런 자막이 사라졌다. 대한적십자사가 보유한 Rh(-) 혈액이 갑자기 늘어나기라도 했을까? 아니다. 시스템이 제대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Rh(-) 헌혈 봉사회'가 있다.

지난 1982년 4월 피가 부족하면 큰일인 대구경북 혈액 소수자들이 모여 '대구경북 Rh(-) 헌혈 봉사회'라는 모임을 결성했다. 2003년 3월부터는 '두손모아 봉사회'라는 애칭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봉사회 조직은 혈액형별 4개조(A, B, O, AB형)로 나뉜다. 지역이 아니라 혈액형별로 조직을 구성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긴급수혈이 필요할 때면 SNS와 문자메시지 등의 방법으로 해당 혈액형을 가진 회원에게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Rh(-) O형 혈액이 필요하면 대한적십자사에서 각 지역 Rh(-) 헌혈 봉사회에 연락하고 봉사회장은 다시 O형 대표에게 전달한다. O형 대표로부터 연락을 받은 회원 중 바로 헌혈이 가능한 회원은 헌혈을 하러 간다.

이창현 대구경북 Rh(-) 헌혈 봉사회 고문은 "군대로 치면 5분 대기조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누가 언제 내 피가 필요할지 모르기 때문에 휴대전화 배터리가 방전되지 않게 충전도 잘해놔야 하고, 헌혈할 수 있도록 몸 관리도 잘하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혈액 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이들은 더 단합이 잘 되고, 서로 처지를 더 잘 이해한다. 그래서 불편을 감수하고 서로 돕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몇 해 전 Rh(-) O형인 박우성 봉사회장과 같은 혈액형 회원들은 퇴근 후 몸이 피곤한데도 불구하고 백혈병에 걸린 회원을 위해 영남대학병원에서 릴레이 헌혈을 하기도 했다.

일을 하다가도 핫라인으로 연락이 오면 일을 내팽개친 경우가 자주 있다는 박 회장은 "나도 생업이 있어 일을 해야 하고, 사람인지라 피곤해서 쉬고 싶은데 밤에 헌혈하러 나가면 힘들다. 하지만 내가 아니면 그 사람이 죽을지도 모르니까 달려간다. 인도주의이면서 동시에 '내일의 나'를 살리는 것이다"고 말했다. 김민선 사무국장 역시 "모르는 사람이면 몰라도 아는 사람이 내 피를 필요로 하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느냐"고 했다.

한편, 현재 국내의 Rh(-) 혈액 보유자는 전체의 0.3~0.5%, 15만 명 정도로 추정한다.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 부모 모두 Rh(+)인데 아이가 Rh(-)이에요. 친자 확인을 해봐야 하나요?

굳이 친자 확인을 하지 않아도 된다. Rh(-)는 Rh D형과 d형의 조합 가운데 d/d인자를 가진 사람을 말한다. A형에 AA형과 AO형이 있는 것과 같이 Rh 조합도 D/D형과 D/d형, d/d형 등이 있다. 이 가운데 d/d형이 Rh(-)이다. 일반적인 혈액형 검사로는 Rh(+)와 (-)을 구분할 수 있으나, Rh 음성인자 d가 숨겨져 있는 D/d와 Rh 음성인자가 없는 D/D를 구분할 수는 없다. 부모가 모두 Rh(-)라면 태어나는 자녀는 모두 Rh(-)이 된다. 부모가 양성이라도 D/d형일 경우 자녀 가운데 Rh(-)가 나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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