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첫 확진자 발생 이후 '메르스 포비아(공포)'가 지나친 수준에 도달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확진자와 동료이거나 치료받은 병원의 직원이라는 이유로, 또는 확진자가 머물렀다는 이유 등으로 '사회적 낙인'을 찍다 보니 당사자들이 정신적 고통이나 물질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확진 환자가 머물렀던 대구의료원의 한 직원은 "의료진이 아니어서 격리 병동 근처에 갈 일도 없었는데 이웃들이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피한다. 외부 손님을 만나려던 약속도 벌써 3차례나 취소됐다"고 말했다.
상당수 남구청 직원들은 자신의 자녀가 다니는 어린이집과 학교 등에서 등원이나 등교를 자제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있다. 남구청 관계자는 "직원들 중에는 어린이집에서 당분간 아이를 집에 데리고 있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아이들이 상처를 받을까 봐 걱정이다"고 했다.
확진자의 동선이 공개되면서 그가 들렀던 것으로 알려진 전통시장은 기피 장소로 여겨지고 있다. 시장 상인들에 따르면 주변 아파트에서 해당 시장을 방문하지 말라는 방송까지 하고 있다.
가장 고통이 심한 이들은 자가격리 대상자들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17일 사이 확진 환자와 그의 가족이 방문한 목욕탕 직원, 대명3동 주민센터 공무원 등 105명이 자가격리 조치됐다. 이들 상당수는 집에 갇힌 채 주변 이웃들의 지나친 경계심에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 한 자가격리 대상자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방송을 통해 우리 집의 위치를 밝혔고 지인에게 주변 이웃들이 우리 집이 이사 가기를 원한다는 얘기까지 들었다. 가족 전체가 너무 고통스러워 격리조치가 해제되면 이사를 할까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한 보건소 관계자는 "우리는 자가격리자를 방치하는 수준인 데 반해 미국과 호주 등은 전염병으로 인해 자가격리를 당할 때는 철저한 통제와 함께 최대한 심리적 안정을 주거나 경제적 지원 등을 할 수 있도록 매뉴얼이 설정돼 있다"고 말했다.
백승대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보가 전파되는 과정에 공포가 더해지면서 개인들은 심각한 공포감을 느끼게 된다. 정부가 정확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과잉 정보를 통제해야 시민들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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