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경찰력 엉뚱한 데 쓰고서도 문제 될 것 없다니

경찰이 봉화군 지역 기관'관변 단체장의 사적 모임인 '수요회' 회원들을 모임 장소까지 에스코트했다. '수요회' 회원들이 군청 버스와 임대 버스 등 2대를 이용해 군청에서 모임 장소인 석포면 영풍제련소까지 이동하는 1시간가량을 순찰차와 오토바이로 선도한 것이다. 이들은 제련소를 둘러보고 식사를 한 후 군청으로 돌아왔다. 이날 모임에는 회원 59명 중 군수, 군의회의장, 경찰서장 등 44명이 참석했다.

사적 모임에 경찰력이 동원된 것은 명백한 경찰력 오용이다. 그럼에도 박주진 봉화경찰서장은 "국도 확장 공사로 길이 험해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에스코트를 했다. 문제 될 것 없다"고 해명했다. 경찰력을 엉뚱한 데 사용하고서도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봉화 지역 치안 책임자의 인식은 안타깝다. 도로 공사로 길이 험하고 불편해도 대다수 국민들은 기꺼이 이를 감내하고 다닌다. 지역 유지라고 해서 경찰 선도를 받으며 움직일 이유가 없다.

경찰공무원법'경찰관직무집행법은 경찰의 존재 이유로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의 보호, 범죄의 예방'진압'수사, 교통'소방 기타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들고 있다. 경찰관직무집행법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보호 및 사회 공공의 질서유지'로 경찰의 임무를 규정하고 있다. 버스 두 대로 움직이는 사(私) 모임을 경찰이 에스코트한 것은 공공의 안녕, 질서유지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환경과 수질 문제로 말썽이 많은 영풍제련소를 지역 기관 단체장이 직접 방문, 문제점을 확인하고 논의하는 자리 였다"는 군의 해명도 수긍하기 어렵다. 제련소에 문제가 생겼다면 해당 공무원이 철저히 원인을 조사하고 적절한 대책을 세울 일이다. 관련도 없는 기관'관변 단체장들이 떼로 몰려다닌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경찰의 호송을 받으며 이뤄진 '수요회' 모임이 일부 지역 유지들의 그릇된 특권 의식의 발로가 아니길 바란다. 경북도 내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권위 의식 해소를 위해 의전 간소화에 나선 시점이다. 또, 전 국민은 메르스 퇴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수요회원들이 경찰 호위 아래 단체로 제련소를 방문한 것은 권위주의 해소를 요구하는 시대적 요구에 역행하는 것이다. 하물며 애꿎은 경찰을 동원한 서장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경찰 이미지에도 먹칠을 한다. 관련 기관 단체장들의 분명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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