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지방자치가 올해로 시행 20년을 맞았다. 1995년 지방선거 이후 20년, 겉모습은 만 스무 살의 성인이 됐지만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예산, 인사, 입법 등 모든 권한이 중앙정부에 집중돼 있어 지방자치라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다. 중앙정부만 쳐다봐야 하는 현실 속에 '반쪽짜리' 지방자치도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방자치 시행 20년을 맞아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현실과 대책,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10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지방자치가 뭐냐, 지방자치를 꼭 해야 하나.
▶우리나라는 그동안 중앙집권적인 방식으로 국민 주권을 지키는 국가 경영을 해왔다. 그러나 사회가 다원화되고 국민'시민의 요구도 많아지면서 중앙집권적인 방식으로는 국민 주권을 실현할 수 없게 됐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방자치를 시행하게 됐다. 지역의 특성과 사정에 맞게 저마다 발전을 도모하고, 국민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지방자치를 도입한 것이다. 지방자치를 '민주주의의 꽃'이라 하는 이유도 중앙집권적 국가 경영 방식만으로는 민주주의를 완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방자치, 주민자치라는 것을 통해야만 민주주의 주권재민 시대를 실현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해방, 건국, 산업화, 민주화까지는 잘 왔다. 이때까지는 어떻게 보면 중앙집권적인 방식으로 국가를 경영한 덕에 단기간 내에 압축 성장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20, 30년간 정체됐다.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놓쳐버렸다.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민주화 이후의 과제는 통일 한국이고, 분권 대한민국이다. 지방의 다양성이 국가 전체의 균형과 통일로 나타나고, 지방의 힘이 나라의 힘이 되는 시대를 만들기 위해선 지방자치, 지방분권을 해야 한다. 지방자치, 지방분권은 시대적 과제이자 소명이다.
-대한민국 지방자치, 제대로 되고 있나.
▶지방자치 20년을 돌아보면, 선거 자치라는 면에서는 상당히 안착됐다. 지역의 대표를 주민들이 직접 뽑아 주민의 권한을 위임해 지역을 경영하게 하는 선거 자치는 상당히 안정화되고 성숙했다. 그런데 여기까지다. 지방자치가 잘되려면 재정, 조직'인사, 입법 등 세 가지 권한이 자치권에 부여돼야 하는데, 이 세 가지 권한은 지방자치 20년 동안 하나도 변하지 않았거나 오히려 후퇴했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그대로 8대 2(국세 80%, 지방세 20%)다.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중앙에 대한 재정 종속성이 심각한 상태다. 더구나 최근에는 복지제도가 계속 확대되면서 지방의 자주재원까지도 중앙정부가 결정해 복지비용에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지방이 지방민을 위해, 저마다 독특하게 발전시키기 위해 써야 할 자주재원 부분들이 오히려 줄어드는 등 역행하고 있다.
인사'조직 권한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을 중앙정부가 틀어쥐고 있어 지방은 아무리 필요해도 국장급 자리 하나 신설 못 한다. 공무원 수도 중앙이 통제하고 있어 복지든 문화든 각 지방에서 필요로 하는 분야의 공무원을 더 쓸 수가 없다. 입법권 역시 중앙입법이라는 것으로 주민 삶의 영역까지 다 통제하고 있다. 지방에서 할 수 있는 조례는 법령이 위임하고 있거나 법령 범위 안에 국한돼 있다. 이러니 대한민국 지방자치는 '무늬만 지방자치'라는 말이 나온다.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현주소는.
▶지금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반쪽짜리도 못 된다. 4분의 1짜리다. 중앙과 수도권을 동일시하다 보니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지방은 텅텅 비어서 문제고 수도권은 너무 차서 문제다. 이처럼 심각한 지역 불균형을 초래하는 것은 지방자치가 제대로 되지 않고, 지방분권이 실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중앙이라고 하는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는 중앙집권적인 국가 경영 하에선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들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지금 국토의 11% 정도밖에 안 되는 수도권만으로 외국과 경쟁하고 있다. 지방자치의 완전체를 10단계로 본다면 우리나라는 지금 3단계 정도다. 제도만 도입된 수준인 것이다.
-대구의 지방자치 수준과 역량은 어느 정도인가, 다르거나 더 나은 게 있나.
▶전체적인 틀로 보면 대구의 지방자치 수준도 우리나라 지방자치가 안고 있는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대구가 가지고 있는 지방자치 역량과 분권 역량은 다른 지역보다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분권협의회를 가장 먼저 만들어 분권의 중요성을 주장하며 분권운동을 한 곳이 바로 대구다. 또 지난 지방선거 때 혁신과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열망을 표출하면서 대구의 지방자치 역량을 드러내기도 했다.
협업에 대한 마인드도 남다르다. 구역'영역별로 나눠 접근하는 문화는 반드시 극복돼야 하는 문화인데, 대구는 올해부터 구청장'군수와의 정책협의회를 정례화하는 등 협업에 대한 시동을 걸었다. 똑같은 지역 주민인데 구청에 가면 구민, 시청에 가면 시민이다. 이를 명심하고 시와 구'군이 '내 것 네 것' 구분하지 말고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실현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
▶국가 운영의 근본 틀부터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한 작업 중의 하나가 국가의 기본을 정하는 헌법을 분권형 헌법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런 다음 분권형 헌법의 정신하에서 모든 권한을 (국방, 외교, 통일 외에는) 다 지방에 준다는 생각을 가지고 분권을 실현해야 한다. 모든 영역에서의 분권이 필요하다. 그래야 지방의 힘이 나라의 힘이 되는 시대를 열 수 있다. 이렇게 되려면 국가의 틀만 바꿔서는 안 되고, 지방 스스로 지방자치를 할 수 있는 자치 역량을 키우는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자치민주주의 시대에 전혀 민주적이지 않는 지방 리더들이 있다면, 그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
이호준 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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