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은 모두 1천420만 명으로, 이 중 중국인 관광객이 612만명에 이른다. '유커'(游客)라 불리는 중국인 관광객은 명승지 관광과 한국문화 체험은 물론 싹쓸이 쇼핑과 성형수술까지 즐기며 '큰손'으로 자리 잡고 있는 형편. 이에 국내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들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 발생했다.
경상북도도 지난해부터 '유커 모셔오기'에 나섰으며, 이를 위한 '만리장성 프로젝트' 가동에 들어갔다. 매일신문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규모와 이들의 여행 목적, 이에 따른 만리장성 프로젝트 등의 경북도 대응 전략과 유인 정책 등에 대해 총 20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전 세계를 주름잡는 '유커'
중국인의 해외여행 붐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베이징 올림픽이 열렸던 2008년부터 중국의 해외여행은 폭발적인 성장을 시작했다. 연간 4천만 명 수준이었던 유커의 수가 2014년에는 2.5배 급증한 1억 명을 돌파했다. 최근 5년 동안 연간 16.5%에 달하는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되는 등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현상이라고 관광 분야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이 특히 주목하는 점은 중국의 관광 잠재력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만큼 아직 해외여행을 경험하지 못한 인구 또한 많기 때문인 것. 연간 해외여행 인구 비중을 놓고 따지자면 우리나라는 30%, 주요 선진국은 평균 62%이지만, 중국의 해외여행자 비중은 7%에 머물고 있다. 결국 앞으로 중국의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생애 첫 해외여행을 나가려는 중국인들의 숫자는 물론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중국인의 수는 헤아릴 수 없게 되는 셈이다.
◆국내 외국인 관광객 1위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나라를 방문한 중국인은 612만6천865명으로, 지난 2013년의 432만6천869명에 비해 41.6%나 증가하는 등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전체 방한 외국인도 1천608만684명으로 2013년(1천484만6천485명) 보다 8.3%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중국인 관광객의 폭발적인 증가 요인을 '코리아 그랜드세일' 효과 때문으로 보고 있다. 코리아 그랜드세일로 제공하는 쇼핑 할인 등 각종 혜택이 원화 강세에 따른 여행비 부담을 줄여줬다는 것이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최근 일본과의 화해 모드와 엔저로 인해 중국인들의 일본 쇼핑관광이 많이 증가한 가운데서도 우리나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는 이유는 중국 20, 30대층에게 한국 쇼핑의 매력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유커들의 씀씀이도 날로 커지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방한 중국인 관광객의 1인당 평균 지출액은 2008년 1천262달러에서 2013년 2천272달러로 80% 급상승했다. 이에 따라 중국인 관광객은 2013년 한국에서 전체 외국인 관광객 총지출액의 49%인 7조6천722억원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도 폭발적인 증가 전망
최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5년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요는 최소 725만 명에서 최대 785만 명을 넘는 등 우리나라 제1의 인바운드(외국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것)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총 외국인 관광객의 49%를 차지하는 수치다. 지난해 처음으로 600만 명을 넘긴 지 1년 만에 700만 명을 상회한다고 본 것이다. 또 급증하는 유커로 인해 방한 외래관광객 수요 성장을 견인함과 동시에 관광수입 증대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문화관광연구원이 이 같은 수치를 내놓은 배경에는 중국 내 한류 열풍의 지속적 확산으로 인해 한류 및 쇼핑관광과 제주도 해양자연경관관광, 그리고 피부미용 및 성형 부문의 의료관광 수요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성태 국제관광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올해에도 지난해와 같이 동남아 정세 불안과 홍콩 시위 격화 등의 양상이 전개될 경우 중국인들이 한국으로 더 몰려올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특히 우리나라의 최대 관광 라이벌인 일본 경우 아베 정권의 장기집권에 따라 센카쿠열도 영토분쟁과 외교갈등이 심화되면 우리나라가 반사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왜 중국인 관광객인가?
국내 지자체들이 중국인 관광객 잡기에 혈안이 된 것은 유커들의 막대한 지갑을 잡기 위함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에 불어닥치고 있는 '차이나 파워'는 상상 이상이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모두 612만 명. 이들은 자그마치 14조원에 달하는 돈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관광'레저부터 시작해 유통, 부동산, 증권가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유커가 큰손으로 떠오른 배경이다.
이들은 꺼져가는 백화점'면세점 사업을 살려놓았으며, 존폐 위기에 놓였던 강원도 양양공항의 위기 탈출에 기여했고, 제주도 경우는 제2공항 건설까지 추진하게 만들었다.
경북도 김일환 관광진흥과장은 "'중국인들의 지갑을 여는 곳이 흥한다'라는 말이 만들어지는 등 최근 우리나라 관광 분야 큰손으로 자리매김한 중국인 관광객을 붙잡기 위한 지자체 간의 경쟁이 불을 뿜고 있다"면서 "경북도도 일찌감치 만리장성 프로젝트를 가동해 최근 그 성과가 나타나는 등 앞으로도 유커 유치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대 중국인이 손꼽는 韓 브랜드는?
한류 바람을 타고 드라마와 K팝의 인기가 거세지면서 우리나라를 찾는 젊은 중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인들의 라이프스타일과 문화 전반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어 미래 우리나라 관광 분야를 살찌우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최근 20대 방한 중국인 관광객들의 선호도 관련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명 중 7명이 '한국 라이프스타일 및 문화 트렌드에 대해 관심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조사는 지난 3월 중국 주요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 20대 젊은이 227명과 현재 한국에 체류 중인 중국인 유학생 187명을 대상으로 한 것.
관심 분야로는 '의류, 잡화 및 패션'(23.5%), '헤어, 화장 등 뷰티'(23.1%), '드라마, 영화, K-Pop 등 엔터테인먼트'(22.5%), '먹거리와 외식'(16.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이 선호하는 한국의 패션 브랜드로는 'MCM' '스타일난다' '미쏘' 등이 상위권을 형성했다. 화장품 경우는 '이니스프리'가 1위를 차지했으며, '설화수'와 '후'가 그 뒤를 이었다. 상대적으로 고가 상품군에 속하지만 설화수, 후 등 한방화장품에 대한 중국인 젊은이들의 선호현상은 경산 등을 중심으로 한방화장품 산업이 잘 발달한 경북도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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