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원내대표의 '마지막 일성(一聲)'이 정치권에 묘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유 원내대표가 사퇴회견문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제1조 제1항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그는 "원내대표 자리를 끝내 던지지 않았던 것은 제가 지키고 싶었던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법과 원칙, 그리고 정의"라며 "정치생명을 걸고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6'25 국무회의 발언'으로 거센 사퇴 압박에 직면했으면서도 2주일 가까이 버틴 것은 자리에 대한 미련이 아니라 '민주공화국 원칙'의 수호 의지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표현이 자신의 사퇴를 요구한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민주공화국'이라는 대한민국의 정치체제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이 포함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거스르면서 의원들이 뽑은 여당 원내대표를 독재국가에서처럼 대통령이 '찍어 내듯' 물러나게 했다는 유 의원의 인식이 깔린 것이라는 풀이다.
자신이 한때 '주군'으로 모셨던 박 대통령에 대한 '정면 반박'인 셈이다. 이날 사퇴를 계기로 유 의원은 '비박'(비박근혜)이 아니라 '반박'(반박근혜)으로 돌아섰다고 평가하는 것도 이와 맥락이 닿는다.
더 나아가 유 의원의 사퇴 회견문은 자신의 정치철학을 구현하기 위한 독자적인 길과 세력화를 본격적으로 걸어가겠다는 것을 암시한 것이라는 분석도 뒤따랐다. 이미 적지 않은 초'재선 의원이 '유승민 사단'으로 분류되는 터다.
일부에선 유 의원이 "정치란 진흙에서 연꽃을 피우는 것"이라고 정의한 대목을 가리키며 "미처 꽃피우지 못한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공유하고 함께 가자는 의미가 함축된 것"이라고도 의미를 부여했다.
최두성 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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