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태풍이 닥친 올해 대구의 대학병원들이 휘청거리고 있다. 서울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메르스 여파로 환자 수가 격감하면서 심각한 경영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이다.
경북대병원 경우 올 연말까지 적자가 200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50일 넘게 이어진 파업으로 120억원가량 적자를 본데다 메르스 사태로 또다시 60억원가량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루 평균 외래환자가 3천800명가량 찾던 경북대병원은 메르스 확진 환자가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지난달에는 1천700명으로 반 토막이 났다. 지난해 적자 규모인 128억원을 훌쩍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병원 내부에서 나오는 중이다.
지난해 97억6천만원의 흑자를 냈던 영남대병원은 메르스로 인해 23억1천만원에 이르는 직'간접적 손실을 봤다. 지난해 56억원의 흑자를 낸 대구가톨릭대병원도 손실 규모가 8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계명대 동산병원도 지난달 10억원 이상의 적자를 봤다.
대구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로 환자 수가 격감하면서 적자 폭이 예상보다 크다"면서 "환자 수는 서서히 늘고 있지만 메르스 사태가 앞으로 한 달 이상 지속될 수 있어 바짝 긴장한 상태"라고 말했다.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 현상은 위기에 직면한 지역 대학병원들을 더욱 흔들어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 5'로 불리는 병원들의 총 진료비는 2조9천798억원(34.8%)으로 전국 43개 상급종합병원 총 진료비의 3분의 1이 넘는다. 빅5 병원의 총진료비는 전년에 비해 평균 7.8% 증가했지만 지역 대학병원 4곳은 평균 6.7% 증가해 1%포인트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의 대학병원 고위 관계자는 "수도권 대형병원과 대구 대학병원의 의료 수준은 임상 건수에서만 차이가 날 뿐 실제 수준 차이는 크지 않은데 이를 지역민들이 알아주지 않는다"면서 "중증 질환 환자들이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진료를 받아보고 싶어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비싼 의료비만큼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검증된 것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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