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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사·만·어] 얼음 지옥의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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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서 저승을 관장하는 신은 하데스(Hades)이다. 하데스는 형제인 제우스, 포세이돈과 함께 티탄 신들을 물리치고 우주를 차지했다. 이후 제우스는 하늘을, 포세이돈은 바다를, 하데스는 지하세계를 각각 나눠 가졌다.

외경의 대상이 된 제우스, 포세이돈과 달리 하데스는 음울하고 창백한 캐릭터로 각인됐다. '저승' '죽음'을 뜻하는 하데스는 입에 담기 꺼려지는 단어였다. 그리스인들은 그에게'플루톤'(Pluton'로마식 이름 Pluto)이라는 별칭을 달아줬다. '부유한 자'라는 뜻인데, 그가 다스리는 지하세계에 금과 은 같은 보물들이 잔뜩 묻혀 있을 것이라는 상상에 따른 작명이었다.

그리스 신화와 천문학은 인연이 깊다. 실제로 태양계 행성 대부분에는 그리스 신들의 이름이 붙어 있다. 하데스의 이름도 명왕성(冥王星'플루토)에 붙어 있다. 명왕이 '저승의 지배자'라는 뜻이니 하데스에 걸맞은 작명이 아닌가.

명왕성은 얼음 행성이다. 태양과의 평균 거리가 59억㎞로 햇빛이 도달하는 데 5시간 이상 걸리는 외진 곳을 돌고 있다. 공전주기는 무려 247년에 이르고 표면 온도는 영하 200℃를 밑돈다. 얼음 지옥에 있다면 아마 명왕성의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천대받은 하데스는 천문학에서도 수모를 겪는다. 1930년 발견 직후 태양계의 막내 행성 지위를 획득했지만, 숱한 논란 끝에 2006년 행성 자격을 박탈당했다. 크기가 너무 작은 데다(달의 3분의 2 직경) 타원에 가까운 불규칙 궤도를 횡도면에서 17도 비뚤게 돈다는 점 등이 이유였다. 현재 국제천문연맹에 의해 규정된 명왕성의 공식 지위는 '134340 왜행성'이다.

명왕성이 왜행성으로 강등되던 그 해에 미국의 무인우주탐사선 '뉴호라이즌스호'가 발사됐다. 뉴호라이즌스호는 지구를 떠난 지 9년 6개월 만에 목표지인 명왕성을 스치듯 지나가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 뉴호라이즌스호가 찍어 지구로 보내온 사진에 포착된 거대 하트(♥)가 화제를 낳고 있다.

과학자들은 질소 얼음 위에 우연히 생긴 문양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그러나 사람들은 감성적 해석에 더 끌리기 마련이다. 버림받은 얼음 행성 명왕성이 지구인에게 보내는 '사랑의 메시지'라는 낭만적 상상이 그것이다. 누가 알랴. 달 토끼가 절구를 찧듯이, 명왕성에 외로이 앉아 "나를 잊지 말아달라"며 하트를 그리는 하데스가 있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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