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 칼럼] 지역의 질적 성장과 소통

1971년생. 경북대 행정학과. 영국 쉐필드대. 도시계획학 박사. 제2회 지방고등고시. 대구시 첨단의료복합단지추진단 기획팀장. 한국정부학회 편집이사
1971년생. 경북대 행정학과. 영국 쉐필드대. 도시계획학 박사. 제2회 지방고등고시. 대구시 첨단의료복합단지추진단 기획팀장. 한국정부학회 편집이사

기존 개발은 SOC 투자 등 물적 성장 집중

구성원 간 관계 개선 통해 질적 변화 필요

대구발전 더딘 이유 보수성·배타성 꼽혀

공무원들 인센티브 확대 소통 강화해야

지역개발을 연구하고 강의하고 있기에 타 지역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 간혹 대구의 성장전략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게 된다. 국가나 지역마다 처한 환경과 보유자원이 다르니 성장전략이 동일하지는 않으나, 시대상의 변화에 따라 일반적으로 강조되는 요소들은 있다.

기존의 지역개발은 발전주의 사고에 기초해 대규모 사회간접자본의 투자와 기업 유치 등을 통해 사회 전반의 효율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노력에 집중하는 전략을 추구했다.

하지만 유럽 등에서는 이러한 전통산업 사회를 전제로 한 지역개발 전략이 문제의 증상에만 초점을 맞추었을 뿐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 제거에 실패했다는 의문과 비판이 제기되면서 기술변화와 혁신의 역할을 강조하는 대안적 지역개발 전략들이 대두됐다.

이러한 전략에서는 지식과 학습활동이 지역 경제발전을 견인하는 중요한 자산으로 인식될 뿐만 아니라 지역 특유의 환경, 문화, 제도 등과 같은 비가시적인 요소도 중요하게 강조된다. 즉 단순히 하드웨어적 개발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한 영역과 요소를 보다 중요하게 간주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다수 지역은 여전히 대규모 사업의 물리적 개발이 지역 성장을 앞당길 수 있다고 강하게 믿고 있으며, 그에 따라 중앙정부 지원의 대형 사업들을 발굴하고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대규모 사업이 제대로 완성되고 실제적 효과를 창출하면 지역 발전에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대형 사업 유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런 과정에서 지식과 학습활동을 중요하게 인식하면서 사람들 간의 신뢰를 축적할 수 있는 의식과 사고수준의 발전 등 질적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지역사회가 시대적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면서 성장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지역사회의 질적 변화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구성원 간의 관계성 개선이다. 다수 학자들이 사람 간에 발생하는 상호관계에 기초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 중요한 발전의 기반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과 유사하다. 사회적 자본의 대표적인 학자인 푸트남(Putnam)에 따르면 신뢰, 규범 및 네트워크 등으로 구성된 사회적 자본은 인적 자본, 물적 자본과 함께 경제성장을 가져오며, 아울러 인적 자본과 물적 자본의 투자이익을 증진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사회적 자본은 사회적 관계성에 토대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상호관계를 원활하게 만들 수 있는 '소통'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지역은 지역발전에서의 질적인 요소에 대한 인식이 다소 낮고, 배타적이고 보수적인 문화도 가지고 있어 지역 안팎에서 다양한 형태의 소통활동이 생성되는데 제약요인이 있다고 한다.

대구시의 2015년 도시브랜드 시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대구를 제외한 6대 도시의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대구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주민의 보수성과 배타성'이 가장 높은 비중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배타성이 존재하는 한 신뢰 등의 사회적 자본을 축적시키는 데 필요한 소통이 활발하게 전개되기는 용이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이러한 소통은 지역발전의 중요 주체인 지방자치단체와 시민사회 간에 우선적으로 활성화될 필요가 있지만, 그간 양자 간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던 측면이 어느 정도 있었다. 정책과정에서 공무원들이 배타적인 자세를 취할 경우 소통 부족으로 수요자들의 요구에 맞는 사업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

최근 대구시에서 시민원탁회의, 시민 정책공모제, 주민참여예산제 등 소통을 위한 다양한 제도들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제도들이 시민과 자치단체 간의 소통의 통로로서 정착되기 위해서는 자치단체 공무원들의 배타적인 사고의 제거와 함께 소통을 위한 인센티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요한 학습자료가 될 수 있는 소통 성공사례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도 필요하다. 소통 참여자가 소통을 통해 얻는 편익이 확인될 수 있기 때문에 소통이 촉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지역 내에서 소통이 일반화될 때 지역의 질적인 성장은 앞당겨질 수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