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귀농 1번지 경북] <9>고령·의성의 도시민 농촌유지 지원정책

정착·맞춤형 영농교육부터 저금리 융자까지 '전국 최고'수준

박진경(맨 오른쪽) 담촌 장마을 대표가 돌복숭아 효소를 활용한 된장과 고추장이 담긴 장독대에서 부모님과 함께 홈페이지에 사용할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담촌 장마을 제공
박진경(맨 오른쪽) 담촌 장마을 대표가 돌복숭아 효소를 활용한 된장과 고추장이 담긴 장독대에서 부모님과 함께 홈페이지에 사용할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담촌 장마을 제공
27일 오전 의성군 단촌면 관덕리로 귀농한 장도식 씨 가족이 자신들의 과수원을 돌보고 있다. 10년 전 귀농한 장 씨 가족은 귀농 초기 의성군의 귀농정책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 전종훈 기자
27일 오전 의성군 단촌면 관덕리로 귀농한 장도식 씨 가족이 자신들의 과수원을 돌보고 있다. 10년 전 귀농한 장 씨 가족은 귀농 초기 의성군의 귀농정책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 전종훈 기자
귀농인 이종택 씨는 몇 해 동안 노지에서 블루베리를 키우다 큰 손해를 봤다. 하지만 군 시설지원사업 덕에 하우스를 설치, 지금은 매년 냉해 피해 없이 안정적인 농가 수익을 내고 있다. 전종훈 기자
귀농인 이종택 씨는 몇 해 동안 노지에서 블루베리를 키우다 큰 손해를 봤다. 하지만 군 시설지원사업 덕에 하우스를 설치, 지금은 매년 냉해 피해 없이 안정적인 농가 수익을 내고 있다. 전종훈 기자

귀농'귀촌 전문가들은 도시민들이 농촌에 들어왔을 때 얼마나 잘 지역사회에 녹아들 수 있느냐가 성공 정착의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농촌사회에 적응하기가 힘들다는 의미다.

경상북도가 전국 최고의 귀농'귀촌 지역으로 오랫동안 이름을 올린 배경에는 도내 23개 시'군의 우수한 지원정책이 있다. 그중에서도 고령과 의성은 도시민 농촌 유치 지원정책이 뛰어난 곳이다. 귀농인이 지역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특별한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쏟고 있다.

◆고령의 우수한 귀농정책

고령군 쌍림면 안화리 담촌 장마을 박진경(38'여) 대표는 아주 당찬 귀농인이다. 박 대표는 30년 넘게 대구에서 살았다. 한때는 대구에서 알아주는 광고회사 일러스트레이터였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수년간 광고회사에 다녔던 박 대표는 4년 전 귀농을 결심했다.

"예전부터 도시생활이 작위적이란 생각이 들었고,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여유롭게 살았으면 했었어요. 일러스트 작가는 프리랜서로도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머니께서 만드시는 장과 효소를 상업화해 보자는 생각으로 귀농을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박 대표의 이런 막연한 생각은 처음부터 벽에 부딪혔다. 맛있는 장과 효소 등을 만들었지만, 판로가 없었다. 이리 뛰고 저리 뛰었지만 어려운 문서작업이나 판매 등에서 한계를 느꼈다고 했다.

그때 박 대표는 고령군농업기술센터가 귀농'귀촌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이버 농업인 교육'을 접하고 큰 힘을 얻었다. 귀농해 농사짓는 법에 관련된 교육, 전통식품과 장을 담그는 법에 관련된 교육, 농민사관학교에서 주최한 향토 전통식품 전수과정 등 효소와 장에 관련된 여러 가지 교육을 받은 것.

이를 토대로 박 대표는 돌복숭아 효소를 활용한 된장과 고추장을 개발했다. 된장과 고추장, 간장 등에 돌복숭아 효소를 넣어서 제조한 장류들과 산야초 효소 등을 만든 뒤 쇼핑몰을 통해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박 대표는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지만 처음에는 방문자 수가 많지 않아 걱정이 많았다"면서 "그렇지만 한번 구입해 본 소비자들이 재구매를 하면서 방문자 수가 늘기 시작했다. 이제는 제법 방문자 수가 많아졌다"고 했다.

박 대표는 "4년 만에 고령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고령군의 우수한 귀농'귀촌 돕기 정책 덕분"이라고 했다. 고령군은 귀농'귀촌인들을 위해 기초 영농민 정착교육과 선도농가 현장실습 등 귀농'귀촌인 맞춤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부터 서울시와 귀농'귀촌 협력사업으로 '한성백제귀농학교'와 '희망농촌 고고 고령교실' 운영에 나섰다.

이 밖에 귀농'귀촌인들을 위한 영농정착 초기 필요 자재 구입비와 빈집 응급 수리비, 농지 구입 세금 감면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런 고령군의 지원 덕에 귀농'귀촌인이 2010년 21가구'46명이던 것이 2011년 254가구'573명, 2012년 224가구'503명, 2013년 285가구'659명, 2014년 968가구'2천155명으로 급증했다.

진봉길 고령군 귀농귀촌 담당은 "고령군은 올해 귀농'귀촌인들을 위한 전담부서를 별도로 신설하는 등 귀농'귀촌인들이 정착에서부터 성공하기까지 원스톱 지원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귀농'귀촌 전국 9위 도시 의성

통계청에 따르면 의성군은 지난해 현재 상주와 청도, 봉화의 뒤를 이어 경북에서 4번째, 전국에서 9번째로 귀농인구가 많은 동네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의성은 올 들어 귀농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경북도 내 1위를 탈환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귀농인 241가구가 의성에 새롭게 정착했지만 올해는 상반기까지 지난해를 웃도는 244가구가 귀농했다. 귀농인들은 보통 가을과 겨울에 이주해 다음해 봄부터 농사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서 올해 의성으로 귀농하는 인구는 사상 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의성에 귀농인이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정된 귀농정책 덕이다. 지난 2013년부터 귀농인 지원조례를 제정한 의성은 귀농 정착금을 지원함으로써 안정된 영농 정착을 돕고 있다.

의성 귀농인이라면 누구나 농가당 500만원 범위 내에서 농기계와 농업기반시설, 묘목 등을 80% 보조받을 수 있다. 또한 주택 내'외부 수리비용도 가구당 1천만원까지 절반가량을 군에서 보조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또 의성군은 귀농인 저리 융자사업인 농어촌진흥기금을 통해 농기계 구매와 시설설비에 최대 5천만원까지 연리 1%대의 초저리로 융자금을 지원한다. 농업 창업에는 최대 3억원(연리 2%), 주택 구매는 5천만원(연리 2~2.7%)까지 귀농인에게 지원하고 있다.

특히 의성은 지역에서 토지나 주택을 사지 못한 귀농인들에게 무상으로 집을 빌려주는 '귀농'귀촌인의 집'을 운영하고 있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군에서 빈집을 직접 수리해 1~12개월까지 임대료 없이 집을 빌려 주면서 귀농인들의 부담을 크게 덜어주고 있는 것이다.

의성군은 올 10월까지 귀농인들이 주도하는 귀농'귀촌 정보센터도 설치하기로 했다. 귀농'귀촌 정보센터는 다른 시'군처럼 관 주도형이 아니라 미리 정착한 귀농인들이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노하우와 지역 토지'부동산 정보 등을 상담해 주는 곳.

예비 귀농인들은 실제 귀농인들에게 신뢰도 높은 상담을 받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또한 내년부터 5가구 이상이 함께 귀농하는 곳은 소규모 전원마을로 지정해 식수용 관정과 상수도 시설, 도로 포장 등 마을 조성을 위한 기반시설에 1억원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지난 2006년 의성군 단촌면 관덕리로 귀농한 장도식(55) 씨는 토지 구매부터 사과나무 재배까지 귀농정책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 사찰 보수 일을 하던 장 씨는 10년 전 아무런 농사 지식 없이 의성에 정착해 의성군 농업기술센터의 교육에 따라 농사를 시작했다.

하루 절반은 과수원에 머물며 사과 재배에 온 힘을 쏟는 장 씨는 지금은 전국 각지에서 사과 재배기술을 배우러 올 정도로 수준급이 됐다. 장 씨는 면적 1만8천㎡ 과수원에서 160t을 생산해 4억8천만원의 수익을 올리며 성공한 귀농인 대열에 우뚝 섰다.

대구에서 직장에 다니던 이종택(60) 씨도 점곡면 동변리에 5년 전 뿌리를 내렸다. 추위에 강해야 하는 블루베리를 몇 해 노지에서 키우다 실패한 이 씨는 군 지원사업을 통해 하우스를 지어 키우면서 지금은 3천~4천만원의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 특히 블루베리와 함께 시작한 양봉 덕에 내년부터는 억대 농부의 반열에 올라선다.

이 씨는 "귀농인을 위해 군 직원들이 많은 것을 도와준다. 어제도 블루베리를 따주러 일부러 농장을 찾아왔다. 내 고향은 안동이고 학교는 청송'대구에서 다녔지만 의성에 정착해보니 이곳이 이제껏 거쳐 간 곳보다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 의성이 귀농낙원"이라고 했다.

이일로 의성군 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과 귀농귀촌 담당은 "의성은 앞으로 2020년까지 5천 명의 귀농'귀촌인을 유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경북도청이 있는 안동과 기존 생활권이 대구 사이에 있는 의성이 최적의 귀농'귀촌지역으로 성장하도록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고령 전병용 기자 yong126@msnet.co.kr

전종훈 기자 cjh4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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