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바꿔 놓은 것 중의 하나가 지하철 내 풍경이다. 일제히 머리를 숙이고 작은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는 승객들의 모습은 마치 중세시대 집단의식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러다가 미래의 인류는 목이 앞으로 기울고 시력이 급속히 퇴화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길거리에선 더 아슬아슬한 풍경이 펼쳐진다. 학생들이 전화기에 몰두한 채 횡단보도를 걸어가는 모습은 '차에 치여 죽을지언정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겠다'는 무모함까지 느껴진다.
청소년들에게 스마트폰은 이제 통신수단을 넘어 분신 같은 대상이 돼버렸다.
고3 딸을 둔 우리 집에서도 한바탕 난리를 겪은 후에 전화를 2G폰으로 바꾸면서 소동이 일단락되었다. 엄마와 다투는 그 순간에도 카톡창을 만지던 딸애도 중독성의 해악을 스스로 인식했던 것이다.
스마트폰 보급 이후 중학생들이 극장에 가지 않는다고 한다. 휴대폰 없이 지내는 두 시간을 감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억지로 가족을 따라나선 아이들도 카톡을 켜둔 채 메시지를 확인하고 답장하기에 바쁘다. '다운로드 받아서 보면 될 걸 가지고 온 가족이 이 난리지' 불평을 늘어놓으면서….
어른들이 주 고객인 클래식 공연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샌프란시스코심포니의 좌석 예매율은 40%대에 머무르고, 표가 제일 잘 팔린다는 LA필하모닉오케스트라도 70%에 그친다고 한다. 이유는 같다. 스마트폰을 쓰지 못하는 공간으로 들어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관중이 줄어드는 미국의 미식축구장에서는 경기장에 와이파이를 깔고 대형 HD화면을 설치해 이탈했던 팬들을 다시 불러 모으는 중이라고 한다. 경기장과 스마트폰 환경을 접목시킨 고육책을 펼치고서야 관중이 회복세를 보인다고 한다.
심지어 미국의 젊은 세대들은 자동차 구입을 꺼리는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그 바람에 운전면허 취득비율이 50%나 줄었다. 차를 운전하면 SNS나 메신저를 못하니까 차라리 차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사회가 온라인으로 연결돼가면서 기업 환경도 변하고 있다. 2014년 우리나라 전체 온라인 쇼핑 거래액 중 모바일 쇼핑 거래액이 15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 바람에 롯데쇼핑, 신세계 등 오프라인 유통업이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서고 외국의 유명 의류업체들이 손실을 줄이려고 시내 매장을 줄이고 있다.
최초의 스마트폰 아이폰이 세상에 나온 지 8년. 사람들은 이제 스마트폰 없이는 살 수 없는 지경이 됐다. 교육계는 물론 사회학자들까지 나서 현상을 진단하고 대책을 세워보지만 스마트폰이 우리 손을 떠나가거나 폰이 없었던 시절로 다시 돌아가게 될 것 같지는 않다. 편리에 길들여진 모든 이들이 이 기계를 놓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면 안 되는 데'''.' 고민이라도 공유하다 보면 언제쯤 '디지털 회의론'이 퍼지게 될 것이다.
디지털이 '무소불위의 권력' 같지만 사실 전파만 없으면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올 휴가 때만이라도 와이파이에서 벗어나 아날로그 공간에 우리를 가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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