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소재 유머를 한 토막 옮긴다.
정치인과 의사, 엔지니어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이 무엇인지를 놓고 다퉜다.
당연히 자신의 직업이 가장 오래되었다고 생각한 의사가 먼저 입을 뗐다. "아담의 갈비뼈를 떼어내 이브를 만들었답니다. 그러니 의사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이라 생각되는군요."
그러자 엔지니어가 나섰다. "천만에요. 아담을 창조하기 전 세상은 혼돈이었습니다. 그 혼돈으로부터 세상을 만든 것은 엔지니어지요."
그러자 정치인이 씽긋 웃으며 말했다. "다 맞아요, 그렇지만 그 혼돈을 만든 사람은 누구인가요?"
그렇다. 잘 돌아가던 일도 정치인이 끼어드는 순간 혼돈이 생긴다. 세월호 사건이나 국정원 해킹 논란도 예외가 아니다. 정치인들이야 인정하기 싫겠지만 국민은 그렇게 느낀다. 여기서 정치인이란 다름 아닌 국회의원이다.
이런 우스개도 있다.
"전구를 갈아 끼우기 위해 몇 명의 국회의원이 필요할까?" 정답은 21명이다. 전구 한 개 바꾸는 데 21명의 국회의원이 필요하다니. 답의 이유가 걸작이다. 한 명은 전구를 갈고, 나머지는 전구가 꺼진 이유를 밝히기 위한 '진상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해 필요하단다. 할 일은 안 하고 말장난만 하는 의원들을 빗댄 유머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를 369명으로 늘리는 제안을 내놓아 혼돈을 불러왔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한 술 더 떴다. "의원 정수를 390명까지 늘릴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대신 세비를 지금의 절반으로 낮춰야 한다"고 했다. 세비를 깎아 의원 정수를 늘리겠다? 어차피 지킬 수 없는 립 서비스다. 국민에게 미안한 척하기 위한 소리다.
국회의원 정수 조정은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선거구별 인구수의 편차를 2대 1로 맞추라고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의원 300명을 유지하면서 비례대표 비율을 2대 1로 가야 한다는 제안을 했다. 이 경우 지역구 의원 수가 246명에서 200명으로 줄어들고 비례대표 의원은 56명으로 늘어나 의원 수 300명이 유지된다.
그런데 정치인들의 셈법은 일반 국민의 생각과는 한참 다르다. 혁신위안은 지역구 의원은 그대로 두고 비례대표 의원을 늘려 이 비율에 맞추겠다는 발상에서 나왔다. 국민이 발끈하는 것을 지켜본 새누리당은 지역구는 늘리고 비례대표를 줄이겠다는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리되면 중앙선관위 권고 비율과는 더욱 어긋나게 된다.
다급해진 정치권은 인구 대비 국회의원 정수가 OECD에 비해 우리나라가 한참 적다는 자료를 풀었다. 성난 민심을 숫자 놀음으로 막아보자는 계산이다. 직선 의원 1인당 인구 비율이 독일은 13만6천 명, 프랑스는 11만3천 명, 영국은 9만6천 명인데 우리나라는 16만5천930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을 평가하는 잣대는 여러 가지다. 그 핵심은 의원의 역할이다. 당연히 양적 비교보다 질적 비교가 우선돼야 한다. 의원들이 국회에서 일하는 날수를 비교해 볼 수도 있고, 입법 건수를 비교해 볼 수도 있다. 의원들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도 관심사다. 본질이 아닌 인구 대비 의원 정수 자료 하나 달랑 던질 일이 아니다.
의원들이 할 일을 다 하며 일손이 부족해 정수를 400명으로 늘리겠다면 반대할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지금 국회에는 뇌물 의원, 막말 의원에다 심지어 성폭행 시비 의원까지 참으로 다양한 의원이 존재한다. 이번 성폭행 논란을 불러온 의원은 소속 상임 소위원회 임시회가 열리던 날 대구의 한 호텔에 있었다. 이런 의원들을 위해서도 한 해 7억원의 국민 혈세가 꼬박꼬박 들어간다.
지금 있는 의원도 많다는 국민이 잘못인가, 국민이 이런 생각을 갖게 한 국회의원들이 잘못인가. 이 문제를 먼저 풀기 전에 국회의원 정수 조정은 물 건너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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