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필2] 도시철도 3호선에서

김외남(대구 수성구 국채보상로)

"수고 많으십니다." 명덕역에서 노란 조끼를 입고 열심히 안내하는 도시철도 3호선 도우미 할아버지께 인사를 건넸다. 황송할 정도로 허리를 굽히며 "네, 감사합니다." 답례를 한다. 몇 년 전 수성시니어클럽에서 어르신들의 일자리 상담 일을 한 적이 있다. 일자리는 빤한데 65세 넘는 분들이 20만원의 일자리를 구하러 많이들 찾아왔다. 노후 대책이라는 말도 생소한 세대들이다. 수입이 한 달에 40만원 정도 되는 택배 일도 선호했지만 가장 선호하는 일이 지하철 도우미였다. 무엇보다 용돈도 없고, 할 일도 없고, 갈 곳도 없는 일상이 너무 힘들다고 했다. 3호선 타며 맨 먼저 반가운 것이 노란 조끼의 도우미 어르신들이다. 30개의 역에서 일주일에 3일을 일한다 해도 60명의 일자리가 생기는 게 아닌가.

상담하는 일을 할 무렵 만난 김○○ 할머니는 방앗간을 하다 오른손이 기계에 빨려 들어가는 사고를 당해 오른손에 의수를 하고 있어서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시니어의 많은 일감 중에도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지하철 도우미였다. 남편은 돌아가셨고 아들네는 캐나다로 이민을 가버렸다. 딸집에 얹혀살다가 제사 때나 명절에 그쪽 댁 식구들에게 눈치 서러워 못 견뎌서 방 한 칸 얻어 혼자 사는 홀몸노인이 됐다. 행주를 못 짜 화장지와 티슈로 해결한다고 했다. 마침 결원이 생겨 그분을 서너 달 남은 임기의 지하철 도우미를 시켰다.

수성구청역에서 만났다. 이 일이 이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고 환한 얼굴로 칼국수라도 한 그릇 사겠다고 했다. 다음 분기에는 탈락돼 울상을 짓는 것을 안타깝게 보아야만 했다. 지금 이렇게 자리가 많을 때 그분이 꼭 일을 했으면 좋겠다.

엉뚱한 사람이 기초생활 수급자로 둔갑하는 것도 더러 보았다. 정치권이나 사회, 시민들 모두 부정은 하지 말고 모름지기 복지는 이런 사람을 발굴해서 더불어 살아가야 하리라.

아직 환승이 서툰 사람들이 많다. 3호선 타보고 싶어 구경 나온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몰려서 우왕좌왕하는 것도 안내 도우미들의 몫이다. 한산하던 도시철도 1호선 명덕역이 3호선 환승역이 되면서 인파로 북적대니 참 보기 좋다.

초등학생 손자 데리고 3호선 체험을 하러 갔다. 지하철을 처음 탈 때 '기니까 기차'라고 우겨대던 녀석이다. 고층 아파트를 지날 때는 창문에 종이가 붙었다가 떼어졌다고 눈이 휘둥그레져서 연신 환호를 질러댔다.

'우리 대한민국, 오오 우리 대구'. 대구시민은 다 함께 대구를 사랑하고 대구를 가꾸는 데 힘써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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