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동(58)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은 1980년 입사한 뒤 지금까지 가스 안전에만 매진해온 한국 가스안전 역사의 산 증인이다. 그동안 14명의 낙하산 사장을 뒤로한 채 최초의 공사 출신 CEO가 됐다. 공채 1기 55명 중 우수 신입사원상을 받은 이후 줄곧 다른 사람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배려하는 자세로 일관해 사장까지 올랐다.
입사 직후 '항상 낮은 자세로 일하고 배려하고 겸손해라'는 집안 어른의 덕담을 새겨들었다. 이후 '1% 더 노력하고, 1% 더 배려한다'는 삶의 모토를 실천해왔다. 박 사장으로부터 가스안전공사의 어제와 오늘, 가스안전의식 제고방안을 들어봤다.
-가스안전공사에는 어떻게 들어왔나.
▶1980년대까지 대다수 가정의 난방설비가 연탄이었다. 당시 연탄가스 중독 사고가 비일비재했다. 가스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일간지에 가스안전공사 모집공고를 보게 됐다. 집에서는 연탄가스, 회사에서는 액화석유가스(LPG)와 도시가스(LNG) 안전에 관심을 쏟게 됐다.
-한국가스안전공사 입사 당시와 현재를 비교해보면.
▶공채 1기로 입사한 1980년 5월은 정치적 혼란기였다. 현 정부가 쌍방향 소통을 중심으로 한 정부 3'0을 주창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일방향인 정부 1·0시대였다.
이 때문에 가스안전공사 사장도 군 장성 출신, 경찰 고위직, 정치인 등 내부 출신이 아닌 외부 영입 인사가 왔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내부 출신이 사장이 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던 암흑기라고 할 수 있다.
-최초의 내부 출신 CEO의 의의는.
▶36년을 모범적으로 일했다. 가스안전공사는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한다는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직원들에게 애정을 갖고 열심히 하면 CEO까지 오를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줬다고 본다. 취임 후 처음 뽑은 신입사원들에게도 '이제 우리가 주인이다'라고 말했다. '가스안전, 국민행복'이란 기치 아래 안전의 가치가 소중하며, 이를 실현하는 데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
-가스안전공사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1995년 대구지하철 가스폭발사고다. 당시 울산지역본부 검사원으로 근무하던 중 기술지원을 위해 수습대책본부에 긴급 파견됐다. 대형 참사를 현장에서 직접 수습하면서 이 같은 참사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 의식 강화 등 철저한 가스안전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그동안의 보람된 역할과 성과라면.
▶서민층 퓨즈콕 보급 사업과 고무호스 교체사업에 큰 보람을 갖는다.
2004년 초대 고객지원처장을 맡아 서민층 가스안전에 대한 대책에 힘을 쏟았다. 가스 안전사고는 특히 낡고 좁은 주택에 사는 서민층이 심각하다는 것을 현장에서 느꼈다.
당시 산업자원부 차관이 본사를 방문했을 때 서민복지 차원에서 과류차단장치인 '퓨즈콕'을 무료로 보급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듬해 곧바로 예산이 편성돼 3년 동안 서민층 160만 가구에 퓨즈콕을 보급했고, 이전보다 가스사고가 27%가량 줄어들었다.
-고무호스 교체사업이란.
▶2010년 기획조정실장 시절 가스사고 중 70% 이상을 차지하는 LPG 사고를 줄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졌다. 가스레인지 철판이 삭거나 가스 배관 호스가 낡아 안전사고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LPG 고무호스를 금속배관으로 교체해주는 서민층 가스시설 개선사업 추진방안을 마련한 뒤 청와대와 국회 등을 백방으로 쫓아다니며 사업 필요성을 설득했다. 결국 2011년부터 2015년까지 844억원을 투입해 서민층 41만여 가구를 대상으로 사업을 시행했다. 서민층은 국민기초생활수급자 10만 가구, 차상위계층 20만 가구, 홀몸노인'장애인'국가유공자 등 소외계층 10만여 가구 등이었다. 이 사업 시행으로 5년 전과 비교해 LPG 사고가 17% 이상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조사해보니 가스시설 개선사업 대상 서민층이 다시 35만여 가구가 추가로 발생했다. 그래서 예산 704억원을 확보해 내년부터 5년 동안 2단계 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정부와 협의 중이다.
-현재 추진 중인 안전 관련 역점사업은.
▶가스안전장치인 타이머콕 보급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타이머콕은 설정한 시간이 지나면 가스 중간밸브를 자동으로 닫아주는 가스안전장치다. 음식물을 조리하다 깜박해 자칫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건망증이 많은 노인이나 홀몸노인 등을 중심으로 보급하고 있다. 경북도를 비롯해 경남, 전남, 전북지역과 협약을 맺어 소외계층에 보급할 계획이다. 올해 전국적으로 3만8천여 가구에 타이머콕을 보급하겠다.
-향후 경영 방침과 목표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대한민국 건설이다. 특히 가스안전 분야만큼은 임기 중 일본을 뛰어넘어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가스를 사용하는 전 세계 200개국 중 가스안전지수에 따라 100만 가구당 가스로 인해 인명이 다치는 비율은 일본이 5.5명으로 가장 적어 1위이고, 우리가 6.8명으로 2위다. 비록 3, 4년 전보다 인명사고율은 많이 줄었지만, 임기 중 5명 이하로 낮추겠다. '가스안전, 국민행복'을 실현하는 것이 최고의 경영목표다.
-더욱 안전한 사회를 위한 방안은.
▶우리나라는 전 세계의 가장 좋은 제도를 벤치마킹해 가장 선진적인 가스 관련 법을 마련했고, 가장 안전한 설비도 갖췄다. 문제는 상식을 잘 안 지키는 부주의나 안전 불감증이다. 가스를 포함한 모든 사고는 '빨리빨리 문화'와 안전 불감증이 주요 원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 안전의식 제고가 필요하다. 1970년대 새마을 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됐듯이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안전문화운동이 필요하다.
-제2의 인생계획은.
▶한평생을 대한민국의 가스산업과 함께했기 때문에 퇴직 후에는 안전 관련 책을 저술하고, 관련 단체에서 강의도 할 생각이다. 대학이나 안전 관련 연구기관에서 후진을 양성하는 방안도 고민해보겠다. 가스안전에 평생을 바쳤기에 재능기부를 할 수 있는 방식이 최상이라고 본다.
김병구 기자 kbg@msnet.co.kr
사진'이성근 객원기자
◇남보다 성공하고 싶나? 1% 더 노력하고 배려하라
"남들보다 1% 더 노력하고, 1% 더 배려하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박기동 사장의 인생 모토는 '노력과 배려'다.
그는 "남들보다 더 노력하되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양보하는 삶을 살다 보면 인정받고,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장생활에서 다른 사람보다 10분 일찍 출근하고 10분 늦게 퇴근하는 자세도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 열심히 하더라도 성공하는 사람은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라며 배려, 양보, 겸손의 미덕을 강조했다. 그렇게 할 때 인생에서 자신도 모르게 주위 사람들이 도와주고, 그 도움이 씨앗이 되고 꽃을 피울 수 있다고 했다.
박 사장은 "지난해 가스안전공사 사장에 13명이 응모했는데, 모두 나보다 학력과 경력이 좋았고 경쟁력이 뛰어났다"며 "그런데도 내가 선임된 것은 직접적으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까지 도와준 것으로 보이고, 그것은 노력하고 배려하는 자세를 견지해온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