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극단 시소 '행복한가(家)' 거창국제연극제 국내 부문 대상

대구 연극 오랜만에 행복했다

'행복한가'의 제27회 거창국제연극제 공연 장면. 거창국제연극제 제공

#큰 빚 지고 생 마감한 가장

#남겨진 가족들의 좌충우돌

#엉뚱한 발상의 블랙코미디극

#단 대표는 연출상 겹경사

대구 연극이 오랜만에 전국 규모 연극제에서 최고상을 거머쥐는 쾌거를 올렸다. 극단 시소의 '행복한가(家)'가 '제27회 거창국제연극제'(7월 24일~8월 9일) 국내 경연 부문 대상을 받았다. 이 작품을 연출한 안건우 극단 시소 대표는 연출상 수상의 영예도 안았다.

이번 거창국제연극제 국내 경연 부문에는 '행복한가'를 포함해 전국에서 15개 작품이 참가했다.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8일까지 매일 저녁마다 한 팀씩 경남 거창 수승대 돌담극장 무대에 올라 전국에서 모인 연극인 및 관객들 앞에서 경연을 펼쳤다. 그 결과 '행복한가'는 9일 열린 폐막식에서 2개 상을 받는 기쁨을 맛봤다.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에 대해 "연출가의 독창적인 해석과 배우들의 연기가 조화를 잘 이룬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행복한가'는 큰 빚을 지고 자살을 선택하는 한 가장(배우 조정웅 분)과, 남편이자 아버지의 죽음에 슬픔을 느낄 겨를도 없이 빚 독촉에 시달리는 아내(최영주 분)와 아들(이정진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사채업자(이광희 분)가 등장해 빚을 갚으라고 계속 위협하자, 아내와 아들은 아버지의 죽음을 교통사고로 위장해 보험금을 타 빚을 갚으려는 작전을 꾸민다. 그러던 중 동네반장 아줌마(유정은 분)가 등장하더니 모자(母子)의 작전을 의도치 않게 방해하는 것을 시작으로, 난관이 차례로 가족을 엄습한다.

극 초반부 죽음이라는 사건은 무대 위를 절망감으로 뒤덮는다. 그러나 산 사람들, 정확히 말하면 살아남아야 하는 사람들의 엉뚱한 발상 및 행동에 무대는 비극으로 웃음을 만들어내는 '블랙코미디'의 장으로 전환된다. 게다가 주변 인물들이 가족의 이야기에 개입하며 아슬아슬한 긴장감까지 만들어낸다. 결국 극은 가족을 조명하고 나서 여운과 생각거리를 관객에게 전하며 막을 내린다. 안건우 극단 시소 대표는 "행복해야만 하는 집의 이미지와 그렇지 못한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가족은 따뜻한 정서와 함께 부담스럽고 때로는 벗어나고픈 욕구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을 사회의 부조리를 투영하는 도구로 활용했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이번 수상은 단체상 수상이다. 작품에 함께해 준 배우들, 스태프들, 그리고 대구 연극을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선배님들, 후배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앞으로 작품을 좀 더 수정하고 다듬어 더 많은 관객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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