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 대구에서 발생한 여대생 정은희 양 사망 사건이 영구 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재판부가 범인으로 지목된 스리랑카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곧바로 상고 방침을 밝혔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이범균)는 11일 정 양을 유인해 성폭행하고 소지품과 금품을 뺏은 혐의(특수강도강간)로 기소된 스리랑카인 A(49)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범에게 사건 경위를 들었다는 유력 증인의 진술은 증거능력이 없고 증거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모순점이 많아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재판의 쟁점은 검찰이 내세운 유력 증인의 진술이 특수강도강간 혐의 중 특수강도 부분을 뒷받침할 수 있느냐였다. 특수강간은 공소시효(10년)가 지나 처벌할 수 없고, 공소시효 15년인 특수강도강간죄가 성립해야 피고인을 처벌할 수 있다. 검찰은 A씨의 특수강도강간죄 공소시효 만료(2013년 10월) 한 달 전인 2013년 9월 A씨를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특수강도 부분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유력 증인의 진술이 증거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력 증인이 공범과 이 사건을 두고 나눈 대화 시간이 10~20분에 불과하고 특별한 친분이 없는 상황에서 짧은 시간에 사건에 대해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말했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유력 증인이 16년 전에 들었던 내용을 진술하면서 공범이 정 양을 강간한 순서와 방법, 범행 당시 A씨의 행동, 정 양의 소지품에 손을 댄 시점 등을 매우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까지 기억한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유력 증인 증언의 모순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유력 증인이 공범이 강간하는 동안 A씨가 정 양의 가방 안에 있던 책과 학생증 등 소지품을 가져갔다고 했지만 정작 정 양의 가방과 지갑은 고속도로에서 발견됐고, 공범이 유력 증인에게 보여줬다는 정 양의 사진도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정 양을 성폭행한 혐의에 대해서는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피해자 속옷에서 발견된 정액의 유전자가 A씨의 유전자와 상당 부분 일치하는 감정 결과 등으로 볼 때 A씨가 단독으로 혹은 공범과 함께 피해자를 강간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재판 결과를 승복하기 어렵다며 상고 방침을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상고심 이유서를 철저하게 준비해 유죄를 받아내겠다"며 "오래된 사건은 진술이 100% 정확할 수 없다. 95%까지 제시했는데 나머지 5%가 안 맞다고 해서 신빙성이 없다고 하면 장기 미제 사건 수사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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