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여러 차례에 걸쳐 우리나라의 의료보험과 교육이 부럽다고 한 적이 있다. 대통령 선거 때 공약이었고 당선되어서는 정치적 생명을 걸고 시도한 미국 의료보험 제도 개혁의 모델이 한국 제도였음은 잘 알려졌다.
또, 한국 교육은 세계 일등을 향해 뛴다며 높은 교육 경쟁력을 인용하며 개혁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2007년 한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워싱턴 D.C. 교육감에 취임한 미셸 리가 공교육 개혁을 통해 전국 꼴찌 수준이던 워싱턴 공립학교의 위상을 높이자 이를 높이 평가하며 한국 교육의 장점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민주당의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이 나섰다. 2011년 당시 새누리당 황우여 원내대표(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가 언급하면서 불붙은 '반값 등록금'이다. 힐러리는 앞으로 10년 동안 412조원을 들여 4년제 공립대 학비를 낮추고 2년제 공립대는 아예 학비를 면제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초점은 대학생이 대출을 받지 않아도 되는 수준까지 학비를 낮추는 것이다. 물론 냄비처럼 끓다가 이미 폐기 처분된 우리나라 사례에서 힌트를 얻은 것은 아닐 것이다.
현재 미국의 학자금 대출 규모는 약 4천300만 명, 1천410조원에 이른다. 문제는 재원인데, 힐러리는 부유층의 세금 공제 한도를 줄이고 탈세를 막아 마련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부자 증세다. 부유층의 대변자인 공화당이 즉각 반발한 것은 당연하다. 공화당은 이미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한 학자금 대출 경감책도 여러 차례 무산시킨 바 있다.
이를 지켜보고 있자니 느낌이 묘하다. '의료쇼핑'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의료보험 제도와 망국병이라 부르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하겠다고 설쳐 엉망진창이 된 우리 교육 제도를 오바마가 얼마만큼 아는지 궁금하다. 남의 떡이 더 크고 맛있게 보이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힐러리의 공약은 지켜지길 바란다. 미국 대통령 후보쯤 되면 우리처럼 일단 되고 보자는 식으로 아무 말이나 마구 뱉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신뢰를 최고 덕목으로 여기는 국민정서상, 되고 나서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입을 싹 닦기도 어렵다. 오바마는 수많은 어려움을 뚫고 의료제도 개혁 약속을 지켰다. 힐러리도 대통령이 되면 부자 증세로 반값 등록금을 현실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선진국 제도 끌어오길 좋아하는 우리 정부와 국회가 금방 따라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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