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일, 전범 그리워하며 세계 평화 운운할 자격 있나

일본 아베 내각의 현직 각료 3명과 국회의원 66명이 광복절인 15일 일본의 태평양 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아베 총리는 참배 대신 측근을 시켜 공물의 일종인 다마구시(물푸레나무 가지에 흰 종이를 단 것)료를 냈다. 모든 일들은 "일본은 반복해서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표명해 왔다"며 "전쟁과 아무 관련이 없는 자손들에게 사죄를 계속하는 숙명을 남겨줘선 안 된다"는 아베 담화가 발표된 다음 날 이뤄졌다.

아베는 전쟁 범죄 반성과 사죄를 교묘히 피해 갔다. 진정성이 담기지 않았다는 국제사회의 평가였다. 이런 상황에서 담화가 나온 바로 이튿날 아베 내각의 각료와 국회의원들이 무더기로 야스쿠니를 찾았으니 담화의 진정성은 더욱 의심받게 됐다. 이날 야스쿠니 주변에선 우익 시위대가 '고노 담화 철폐하자', '아베 정권 힘내라' 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야스쿠니 길목을 메웠다. 아베 정권의 묵인이 있었거나 조장하지 않고서는 벌어질 수 없는 일이다. 이들은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 철폐 서명운동, 우익성향의 교과서를 보급하자는 운동까지 펼치고 있다.

이런 일본에 전쟁 피해국들의 반응은 싸늘할 수밖에 없다. 우리 국회가 여'야 한목소리로 "과거사에 대한 반성 없는 행위"라며 일제히 비판한 것은 그 단면이다. 담화에서 "과거 죄 없는 이웃나라 사람들의 고통 운운"하고선 바로 다음 날 이웃나라 사람들이 그토록 하지 마라고 하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역시 전쟁 피해국인 중국도 발끈했다. "이(야스쿠니 참배)는 다시 한 번 역사문제에 대한 일본의 심각하게 잘못된 태도를 반영한다"고 일본 정부를 꾸짖었다.

아베 정권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하며 '세계 평화에 기여'를 이야기 하는 것은 진정성이 없다. 일본이 침략을 통해 빼앗은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를 묶어 벌였던 태평양전쟁은 명백한 침략전쟁이다. 그 전쟁을 저질렀던 자들이 합사된 야스쿠니를 무더기로 참배하면서 세계 평화와 미래를 이야기할 수 없다. 일본이 진정 동북아 미래와 세계 평화를 원한다면 이런 이중성부터 극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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