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이상룡 선생 고택, 충실하게 복원해야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 선생의 고택 '임청각'이 옛 모습을 되찾게 되었다는 소식이다. 문화재청이 300억원이 넘는 사업비를 들여 일제강점기에 훼손된 안동 임청각과 함께 남원 읍성 북문과 강릉대도호부 관아 등 문화재 원형 복원 사업을 앞으로 10년간 추진한다는 것이다. 특히 임청각 복원 사업은 올해가 광복 70주년인데다 석주의 임시정부 국무령 취임 90주년을 맞은 해에 발표한 것이어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

임청각은 1515년에 건립한 사대부가 전통가옥이다. 낙동강을 바라보는 배산임수의 명당에 자리 잡은 고성 이씨의 종택으로 99칸 규모의 위용을 자랑했다. 경술국치를 당한 이듬해인 1911년 새해 벽두 53세의 석주는 이곳에서 조상의 위패를 땅에 묻고 전 재산을 정리한 뒤 가솔들을 이끌고 멀고도 험한 만주 망명길에 올랐던 것이다.

그 후 일제는 걸출한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임청각을 의도적으로 훼손하고 민족정기를 끊기 위해 50여 칸의 행랑채와 부속채를 강제로 철거하고 철로(현재 중앙선)를 개통했다. 그로부터 70여 년째, 현재 안동댐 보조댐 산기슭에 위치한 임청각은 철길로 인한 진동과 소음 그리고 매연을 고스란히 뒤집어쓴 채 아픈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그래서 임청각이 제 모습을 되찾는다는 것은 민족 자존심을 회복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는 가슴 벅찬 일이다.

하지만 임청각은 단순한 복원 차원에서만 사업이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 먼저 임청각의 원형 복원은 훼손된 구간과 부위에 대한 명확한 고증을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임청각은 암울하던 일제강점기 만주 서간도에 무장 독립투쟁의 본거지를 구축한 석주 이상룡 선생의 애국정신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독립운동의 요람이자 성지인 임청각을 역사교육의 현장으로 활용해야 하는 이유이다. 16세기에 지은 임청각은 명문가의 종택으로 건축학적으로도 깊은 의미를 지닌 아름다운 옛집이다. 내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고택 체험공간 등 문화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고려해 복원사업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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