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청력은 점점 떨어진다. 특히 내이와 청신경 등 소리를 전달하는 중추청각신경계가 노화되면서 잘 알아듣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문제는 난청이 단순히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말소리를 알아듣지 못하면 뇌에서 언어를 분별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대화에 어려움을 느끼면서 소외감과 사회적 격리감을 느끼게 된다. 또 뇌 활동이 줄면서 인지기능이 떨어지고, 치매의 발병 위험성이 높아진다.
◆난청은 치매를 부른다
난청은 큰 소리는 듣지만 작은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증상을 말한다. 난청은 원인 부위에 따라 '전음성'과 '감각신경성' 난청으로 구분된다. 전음성은 소리를 물리적으로 내이까지 전달하는 통로인 외이와 가운데귀(고막 달팽이관 사이 공간과 귓속뼈)에 문제가 생긴 경우다. 감각신경성 난청은 소리를 인지하는 청각신경에 이상이 생겼을 때를 말한다. 음파의 진동을 느끼는 달팽이관의 청각신경이나 달팽이관에서 뇌에 이르는 신경이 손상된 경우 소리를 또렷하게 들을 수 없게 된다.
노화성 난청이 오면 주파 영역에 있는 소리를 알아듣지 못하게 된다. 특히 무성음인 'ㅅ' 'ㅊ' 'ㅍ' 등의 소리를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사람이 많은 곳이나 소음이 심한 곳에서는 음의 구별이 어렵다. 이 때문에 소리는 들리지만 정확하게 단어를 구분하지 못해 되묻는 일이 반복된다.
이런 상황이 거듭되면 고립감을 느끼면서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방금 들은 말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기억해낼 수 없기 때문에 말을 다른 이에게 옮길 수 없고, 지시에 따를 수도 없다. 주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어떤 대화를 하는지도 알기 어렵고, 어떻게 응대해야 하는지도 모르게 된다.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치매가 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국 볼티모어에서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벼운 난청의 경우 정상 청력에 비해 치매 위험도가 1.9배 높아지고, 보통 크기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3배, 크게 말해도 들리지 않는 고도 난청의 경우 치매 발병 확률이 4.9배나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확한 검사와 보청기로 난청 줄여야
노화성 난청은 대화가 가능하도록 기능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보청기를 시의적절하게 착용하면 인지기능의 저하를 막을 수 있고, 치매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그러나 보청기를 끼고 만족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보청기를 끼는 순간, 새 귀를 얻은 것처럼 소리가 맑고 또렷하게 들리진 않는다. 주변 소리를 모두 증폭하기 때문에 자극적인 소리를 심하게 느끼기도 하고, 늙어보인다는 이유로 거부감도 느낀다. 보청기는 안경과 달리 2, 3개월의 적응기간이 필요하다. 귀 상태에 맞게 점진적으로 소리를 조절해야 한다. 처음에는 듣고자 하는 소리의 60% 정도만 들리도록 보청기의 출력을 맞추고 착용자의 상태를 점검하면서 출력을 조금씩 높인다.
말소리 구별을 잘 할 수 있는 경우에는 보청기 만족도가 높은 편이고, 이미 말소리를 잘 구분할 수 없는 단계라면 보청기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편이다. 난청이 오래될수록, 나이가 많을수록 만족도도 떨어진다. 따라서 난청이 심해지기 전에 보청기 착용을 시작하는 것이 원활한 의사소통과 긍정적인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된다.
김성희 대구파티마병원 이비인후과 과장은 "긍정적인 마음으로 보청기를 시작하면 의사소통은 물론, 사회적으로는 치매 발생률도 낮추고 개인은 치매 진행 시기를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도움말 김성희 대구파티마병원 이비인후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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