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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회의원 징계 '0'건, 있으나 마나 한 국회 윤리특위

성추문, 자녀 취업 특혜 의혹 등 국회의원들의 일탈 행위가 줄을 잇고 있지만, 국회의 자정 기능은 사실상 마비되어 있다. 국회 스스로 권위를 유지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국회상의 정립이란 취지로 윤리 특별위원회가 설립되어 있지만, 있으나 마나 한 기구가 된 지 오래다. 15대 국회에서 44건, 16대 국회에서 13건의 징계안이 접수됐지만 단 한 건도 가결되지 않았다. 17대 국회에서는 37건이 접수됐지만 가결된 것은 절반도 안 되는 10건에 그쳤고, 18대 국회 역시 54건 중 단 1건만 가결됐다.

19대 국회도 다르지 않다. 38건의 징계 신청 건수 중 징계 신청자가 철회하거나 징계 대상자가 의원직 상실형을 받아 자연적으로 소멸된 건수를 제외한 25건이 윤리특위에 계류 중이나 징계 의결된 것은 하나도 없다. 이러한 업무 태만의 대표적인 사례가 이석기 전 의원의 징계 무산이다. 이 전 의원의 의원직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박탈됐다. 그때까지 윤리특위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런 전례를 감안할 때 현재 계류 중인 징계 안건의 '운명'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의원직 상실형에 의한 자연 소멸이나 국회 임기 만료에 따른 자동 폐기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얘기다.

정당 차원의 자정 기능 또한 빈약하기 짝이 없다. 새누리당 윤리위는 1년 3개월간 회의 한 번 하지 않았고 위원장은 한 달 넘게 공석이다. "아군에게 총질해야 하는 역할이라 의원들이 선뜻 나서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새정치연합도 다를 게 없다. 딸의 취업에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는 윤후덕 의원을 즉각 '조치'했어야 하지만 문재인 대표는 서울지방변호사회가 국회 윤리위 회부를 촉구한 뒤에야 당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했다.

이런 사실은 국회나 정당 내의 윤리위를 독립적인 기구로 전환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국회의 경우 자문 기능만 있는 윤리심사자문위를 심사와 징계 수위 결정 등 실질적 권한을 갖는 기구로 확대 개편하는 것이 실질적 개선책이다. 당내 윤리위도 당과 무관한 민간인으로 구성해 그 기구의 결정은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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