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아빠와 동네 아저씨

5년 전이다. 2010년 9월 당시 이명박정부 아래서 잘나간다던 실세 외교부 장관이 자진사퇴했다. 그해 7월 외교부가 5급 사무관을 특별 공개 채용하는 과정에서 딸에 대한 특혜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의혹이 제기되자 장관은 "오히려 인사 라인에서는 장관 딸이기 때문에 더 엄격하게 한 것으로 보고받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특별 대우를 받은 정황은 속속 드러났다. 장관의 딸은 1차 모집 때 서류를 제출했지만 외국어시험 증명서가 유효기간이 지난 것이었다. 당연히 탈락했다. 그러자 외교부가 1차 모집 지원자 전원을 탈락시키고 2차 모집에 나선 사실이 밝혀진 것은 압권이었다. 장관의 딸은 2차 모집에서 새로 발급받은 외국어 시험 증명서를 제출했고 합격했다.

당시 장관 아버지를 두지 않은 젊은이들은 힘이 쭉 빠졌다. 인터넷 공간에선 자조 섞인 농담이 떠돌았다.

"아빠는 국회의원, 장관, 대통령 중 하나 아닌가요? 이 세 가지 직업 아니면 아빠가 아니잖아요. 그냥 동네 아저씨지. 아니. 표정들이 왜 그러세요. 취직하려고 토익 공부하는 사람들처럼."

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 국회의원의 딸 취업 청탁 의혹에 이어 새누리당 김태원 국회의원의 변호사 아들 특혜 취업 의혹이 또 불거졌다. '동네 아저씨' 아버지를 둔 청년들이 다시 "취업은 실력이 아니라 아빠의 신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취업의 문이 열리지 않는 이유가 따로 있었다"는 피켓을 들었다.

공교롭게도 두 국회의원 '아빠'를 둔 딸'아들은 모두가 돈스쿨 소리를 듣는 로스쿨 출신들이었다.

윤 의원의 딸이 취업한 재벌기업은 윤 의원의 전화 한 통화에 채용 계획에 없던 자리까지 만들어가며 채용했다는 의혹을 샀다. 김 의원의 아들이 취업한 정부 법무공단에 대해서는 법조인 572명이 채용 과정에 대한 정보 공개를 청구하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자식 잘되기를 바라지 않는 부모는 없다. 이는 '동네 아저씨'로 불리는 사람이나 '아빠' 소리를 듣는 사람이나 매한가지다. 그래도 룰은 지켜야 한다. 국회의원이나 장관 같은 사회 지도층 인사라면 지켜야 할 룰은 더 엄격해야 한다. 이들이 룰을 무시하고 힘을 앞세워 괜찮은 청년 일자리를 꿰어차는 사회는 암울할 뿐이다.

이번을 기회 삼아 국회의원은 물론 고위 공직자 자녀의 취업 현황도 병역처럼 공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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