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설정은 꽤 흥미롭다. '내면의 아름다움'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매일 자고 나면 얼굴이 바뀌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외형이 바뀌는 사람이 어느 날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고, "그녀가 그의 비밀을 알고서도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영화는 시작한다. 이야기는 예상했던 멜로의 공식을 따른다. 여자는 갈등에 빠지고, 둘은 치열하게 만남과 헤어짐을 오가다가 결국은 서로 내면의 아름다움을 보게 된다는 이야기.
이 영화가 데뷔작인 백종열 감독은 20여 년간 광고, 뮤직비디오,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정상급으로 활약을 펼치던 인물이다. '뷰티 인사이드' 역시 한 편의 광고에서 시작되었다. 2012년 인텔과 도시바가 합작으로 광고용으로 제작한 소셜 필름 'The Beauty Inside'가 원작이다. 40분 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소셜 필름은 칸국제광고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이러한 화제 광고를 광고계의 베테랑 백 감독이 알아보고 판타지 로맨스 장편영화로 기획하게 된 것이다.
영화는 설정만큼이나 놀라운 기록들로 가득하다. 123명이 1명의 남자 주인공을 연기하고, 여자 주인공은 21명의 남자 주인공을 상대한다.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와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 영화의 원전임은 물론이다. 변신이라는 불가능한 것에의 도전을 보여주는 영화는 신화성을 담고 있다. 동시대 젊은이의 사랑이라는 보편적이고 현실적인 상황이 판타지적 설정과 결합되어 기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우진은 고등학생이던 어느 날, 자고 일어난 뒤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이후 우진은 잠에서 깨어나면 남녀노소, 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얼굴이 변하는 현상에 시달리게 되고, 이 비밀을 아는 사람은 엄마(문숙)와 친구 상백(이동휘)뿐이다. 가구 디자이너가 되어 정체를 숨긴 채 살아가던 우진은 우연히 앤티크 가구 전문점 직원 이수(한효주)에게 반하고, 용기를 내 그녀에게 다가간다. 우진은 잠을 자지 않고 얼굴을 유지하지만, 사흘을 버티지 못하고 잠들어버리고 만다. 결국 우진은 자신의 정체를 이수에게 드러낸다.
영화는 21명의 주요 우진이 이수와 함께 맺어나가는 관계의 변화 단계를 보여준다. 분명히 점진적인 이야기 전개가 있지만, 영화는 환상적인 3분짜리 CF를 수십 개 연결한 것처럼 보인다. 단 몇 분의 짧은 시간 안에 보는 이에게 임팩트 있게 정보를 전달하고 감정을 움직여야 하는 CF의 속성은 2시간 분량의 호흡을 가지는 영화와는 분명 다르다. 아름다운 남녀 배우들의 클로즈업된 얼굴들, 고급스럽고 우아한 소품과 부드러운 조명, 귀에 착착 감기는 음악을 계속해서 듣고 보고 있자니 영화에의 몰입은 쉽게 깨지고 금방 싫증이 나버리게 된다.
배우들의 예쁜 표정과 깔끔하게 정돈된 보기 좋은 분위기의 공간을 보여주는 것에 카메라가 공을 쏟는 반면, 영화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발견해나가는 과정에서 이루어져야 할 감정의 진화 단계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지 못하고 만다.
하지만 영화가 가진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따로 있다. 연애를 젊은 선남선녀의 전유물로 만들어버린다는 점이다. 본격적인 연애를 하게 되면서 우진과 이수의 스킨십이 이루어지는 때는 잘 생긴 젊은 남자배우들, 박서준, 이범수, 서강준, 이진욱, 김주혁, 이동욱, 유연석 등이 연기할 때이다. 우에노 주리, 고아성, 천우희도 이수와 잠깐 만나지만, 본격적인 연애 감정을 발산하는 것은 잘생긴 남자들의 몫이다. 조달환, 김희원, 김민재, 김상호 등 잘생김과는 거리가 있는 배우들은 관객을 웃기기 위한 도구로 소모된다. 매일 얼굴이 바뀌는 우진은 장애인, 흑인, 노인, 비만인으로 이수 앞에 나서지 않는다.
더군다나 5포에서 7포(연애, 결혼, 출산, 내 집, 인간관계, 희망, 직업 포기)로까지 불리는 20대 젊은이의 치열한 고민과 삶의 현장과 영화는 괴리되어 있다. 가구 디자이너로서 성공적인 남자의 삶, 그리고 고달픈 판매원 생활과는 거리가 먼 우아한 앤티크 가구를 전시하는 여자의 삶이 젊은 관객층에게 그리 와 닿지는 않을 것이다. 연애와 결혼도 치열한 생활의 일부분이건만, 생존에 대한 고민 없이 충만한 삶을 사는 주인공들의 예쁜 얼굴은 그저 허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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