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1901~1943)는 대구를 대표하는 시인이다. 그가 살았던 고택이 보존되고 있고, 그를 기념하는 사업회도 구성돼 그를 기리는 문학제를 매년 성대하게 열고 있다.
다른 향토 문학인들과 비교하면 이상화에 대한 대구 사람들의 관심은 꽤 높은 편이다. 왜일까. 이상화는 그냥 시인이 아니고 저항시인이다. 그 면모를 짙은 농도로 함축하고 있는 작품이 바로 저항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이다. 이 시는 1926년 잡지 '개벽' 70호에 발표됐다. 이 작품 때문에 개벽은 판매금지 처분을 당했다. 개벽 70호는 현재 대구문학관에 가면 볼 수 있다.
그리고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는 대구의 골목길 곳곳에서도 만날 수 있다. 우선 중구 계산동 이상화 고택에 가면 시가 새겨진 시비가 있다. 시는 고택 옆 계산서원 주변 인도 바닥에도 새겨져 있다. 시비는 다른 곳에 더 있다. 두류공원 이상화 동상 옆에도, 수성못 상단공원에도 있다.
그런데 중구 태평네거리와 태평지하도 사이 서편 인도 구간 담벼락에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시 구절 일부가 그라피티로 그려져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시 구절이 글자라기보다는 각종 도형을 빌려 글씨체를 단순화한 그래픽으로 적혀 있어 쉽게 알아차릴 수 없다. 이 작품을 새긴 작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라피티 맨 끝에 있는 'MALEV'로 보이는 글자를, 그라피티 아티스트의 이름으로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이 밖에도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는 이상화 고택 앞 골목길에서 펼쳐지는 실경 연극을 포함해 대구 예술인들에 의해 다양한 장르 및 스타일로 오마쥬(헌정)되고 있다. 대구의 한 예술인은 "'빼앗긴 들'은 현재를 사는 사람들이 잃어버린 '활동 무대' '일터' '거리' 등의 의미로 재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 작품 속 '봄'이라는 단어는 '자유'나 '활기' 등의 의미로 다시 끌어올 수 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는 과거와 현재의 동시대성을 담을 수 있는 텍스트"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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