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려진 캠핑 장소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힐링은커녕 사람에 지쳐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차라리 '오지 캠핑'을 떠나보는 게 어떨까. 꼭 무인도나 첩첩산중이 아니더라도 시즌이 지난 후의 작은 해변이나 동네 뒷산 등에서도 조건만 허용된다면 여유로운 오지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캠핑 동호인들이 늘어나면서 웬만한 오토 캠핑장이나 잘 알려진 캠핑 장소들은 주말과 성수기에는 꿈도 못 꿔볼 정도로 자리가 없거나 혹 있다 하더라도 인산인해를 이루기 마련이다. 그렇다 보니 캠핑에서 힐링은커녕 몸과 마음에 피곤을 더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잦아졌다. 일찌감치 일정을 확보해 캠핑장 예약을 하거나 평일을 이용하지 않는 이상 캠핑에서 여유로운 풍경을 마주하기는 어려운 일이 되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왁자지껄하게 어울리는 캠핑도 종종 즐기지만 때때론 혼자 혹은 맘 맞는 친구와 조촐히 조용한 시간을 보내는 정적인 캠핑도 지친 심신을 달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유익하다. 곳곳의 산과 들에 숨어 있는 오지를 찾게 된 것은 이러한 연유에서였다.
오지라 하면 무인도나 첩첩산중을 떠올리겠지만 일반적으로 오지 캠핑이란 전기, 화장실, 개수대 등 기반시설이 없고 민가와도 멀리 떨어진 곳에서의 캠핑을 모두 아우른다. 비박이나 부쉬 크래프트 등 좀 더 극단적인 방법도 있으나 아무래도 차량이 진입하기 어렵거나 백패킹으로 이동해야 할 곳들이 많기 때문에 간단한 꾸림으로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오지 캠핑 장소 선정은 전적으로 경험이나 답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평소 돌아다니며 야산이나 계곡의 군데군데를 눈여겨봐 두어 확보하거나 지인의 경험지를 동행하며 알아두는 방법이 보통이다.
오지 캠핑 동호회도 있기는 하나 오지의 특성상 포인트 공개를 꺼리고 산악용 GPS 같은 장비가 없는 한 온라인으로 장소의 전달이 어렵기 때문에 직접 발품 팔지 않는 한 오지 포인트 확보는 쉽지 않다. 어렵게 적당한 곳을 찾았다 하더라도 사유지나 취사와 야영이 금지된 국립공원, 군사시설 등 기타 여러 가지 이유로 맨땅이라도 캠핑이 불가하거나 처벌을 받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으므로 충분히 알아보고 시도해야 한다. 완전한 오지는 아니라 해도 뜻밖의 사고, 야생동물의 출현 등 위험 요소가 있으므로 출발 전 지인들에게 대강의 행선지와 캠핑 사실을 알리고 응급상황에 필요한 준비물을 지참하고 현장에서 휴대폰 통화 가능 여부를 수시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요즘 같이 더울 때는 조금 신경이 덜 쓰이지만 산의 오지는 봄, 가을에도 약간의 강우나 일몰 후 대단히 쌀쌀하므로 보온성 의류와 침구를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텐트의 경우는 수납 시 무게와 부피 때문에도 그렇지만 오지 자체가 땅이 고르지 못하거나 공간이 협소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백팩에 수납 가능한 백패킹용 텐트가 적당하다. 오지의 밤은 유독 더 새카맣고 길게 느껴지기 때문에 랜턴과 해당 연료, 건전지도 여유분 이상으로 충분히 준비한다. 오지 캠핑뿐 아니라 모든 야외활동에 해당되는 것이겠지만 발생한 쓰레기는 반드시 되가져오고 그에 앞서 음식물 포함, 쓰레기가 만들어지지 않게 채비를 갖추는 것을 추천한다.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면 정말이지 아무도 올 것 같지 않은 깊은 산중에도 군데군데 쓰레기가 쌓여 있는 것을 목격하는데 상황이 된다면 남의 쓰레기도 치워주는 미덕을 보인다면 좋을 것이다.
오지 캠핑은 특성상 많은 곳을 확보하기보다는 한번 방문한 곳을 반복해서 되찾는 경우가 많기에 확실하게 확보된 장소는 바닥을 고르거나 자연물을 이용해 나름 편의 시설을 구축해 놓기도 한다.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다 하더라도 산불조심 기간에 불을 지핀다거나 화롯대 없이 불을 피우는 등 상식적인 금기는 지켜야 한다. 지나치게 현장의 나뭇가지 등 자연을 훼손하는 것도 물론 삼가야 한다. 채비가 간소해야 하기 때문에 먹을거리도 레토르트 간편식이나 요즘 쉽게 구할 수 있는 전투식량형 제품이 적합하다. 물 끓이는 정도의 조리만 필요하기 때문에 굳이 버너를 지참하지 않고 시판되는 조리용 발열 팩과 용기를 사용한다면 짐도 줄일 수 있고 간편하기에 추천한다.
첩첩산중의 그야말로 오지가 아니더라도 시즌이 지난 후의 작은 해변이나 동네 뒷산 등에서도 조건만 허용된다면 여유로운 오지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어촌 현지에 문의하면 무인도 체험도 가능한 곳이 여럿 있으니 준비만 잘한다면 색다른 캠핑의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사방을 둘러봐도 인공의 그 무엇도 찾을 수 없는 자연스러운 공간 한가운데의 거친 땅에 작은 텐트를 하나 펴고, 앉은뱅이 의자에 앉아 차 한잔 즐기며 다시금 주위를 둘러보면 소란스러웠던 일상의 기억이 정화되는 기분이 든다. 도심의 무작위 한 소음과 어둡지 않은 밤의 아이러니, 습관처럼 들여다보게 되는 스마트폰으로부터 잠시 멀어져 넋을 빼어놓고 말 그대로 무인지경의 한가운데 늘어져 있으면 온몸 구석구석 손가락 마디 말단까지 기운이 뚫리는 느낌이 들곤 한다. 흐르는 물소리와 새소리, 바람 소리가 새삼 반가이 들리며 밤에는 쏟아지는 별빛들에 다시금 감탄하고 완벽히 칠흑 같은 깜깜한 밤의 가운데 잠자리에 들면 단잠을 아침까지 방해받지 않을 수 있다.
가족과 아이들과 함께 즐기는 캠핑도 유익하지만 가끔은 혼자만의 공간에서 지친 심신에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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