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부터 올 6월까지 중국 증시는 부글부글 끓었다. 상하이지수는 거침없이 치솟았다. 불과 2년 전인 2013년 6월 28일 1,950.01에 불과했던 상하이지수는 올해 6월 12일 5,166.35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올라도 너무 올랐다. 이전 5년간 지수 등락폭은 마치 잔잔한 호수면처럼 찰랑거리기만 했다. 그러다가 최근 반년 새 끓어오르듯 폭등한 것이다.
상황만 놓고 본다면 언젠가 터질 일이 터진 것이다. 누구나 하락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예견했지만 언제, 얼마나 떨어질지 몰랐을 뿐이다. 끝없이 상승만 거듭하는 증시는 존재할 수 없다. 내외적인 환경이 좋아도 다분히 심리적인 이유로, 그저 너무 올라서 불안하다는 이유만으로도 대폭락할 수 있는 것이 증시다. 처음엔 중국 증시도 이런 심리적 불안감 때문에 떨어진 줄 알았다.
그러나 중국 증시의 불안은 실물경제의 불안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이미 중국 실물경제는 완만한 둔화세로 접어들고 있었다. 중국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8월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47.1로 6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성장률 7% 선이 깨진다는 말도 나왔다. 그래도 증시가 부양되면 실물경제도 되살아나고, 잠시 주춤했다가 다시 상승 대장정에 나설 것으로 기대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갸웃거렸지만 적어도 개미 투자자들은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상황은 개미들의 믿음을 무참히 깨버렸다. 폭락세는 잠시 주춤거리는 정도가 아니었다. 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24일 상하이지수가 '검은 월요일'이라고 불릴 만큼 대폭락했을 때, 전 세계 주식시장은 해가 뜨는 순서대로 마치 도미노처럼 와르르 무너졌다.
이날 대폭락은 역설적이지만 증시 부양에 나선 중국 정부 탓이 컸다. 증시는 일찌감치 과열 신호를 내보내고 있었지만 중국 정부는 진정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서민들에게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하라며 신용거래를 부추겼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까지 나섰다. 한창 상승 랠리가 이어지던 4월 12일 '이는 단지 시작일 뿐'이라며 중국 인민들의 투기심리를 자극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기에 대한 불안정성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아무리 부양책을 내놓아도 불확실성과 불신 탓에 정반대 효과만 가져온다는 말이다.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에도 불구하고, 중국 증시는 활력을 완전히 잃었고 맥없이 추락만 거듭했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소비와 투자는 증시의 영향을 받는다. 멀쩡한 내 돈이 반 토막 나버렸는데 소비가 늘어날 리 없고, 기업은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다. 실물경제는 얼어붙게 되고 증시는 이를 반영해 곤두박질 치게 된다. 만약 중국의 하반기 성장률에서 '6%'라는 숫자가 나타나면 악몽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실물이 문제가 아니라 불안심리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핵폭탄이 남아 있다. 만약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9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신흥국 통화가치는 더 떨어지고, 자본유출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우려된다. 국제 원자재 폭락에다 중국의 경기 둔화 및 위안화 평가절하로 가뜩이나 취약해진 신흥국의 부도 위험은 커지고,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은 대혼란에 빠지게 된다. 바로 이것이 '9월 위기설'이다. 비록 미국이 금리 인상을 늦춘다고 해도 중국발 악재 탓에 글로벌 경제는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들다.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1천130조원을 돌파했다. 온 국민이 빚더미에 앉은 셈이다. 경기를 살려보겠다며 은행 기준금리를 한껏 낮춰놨으니 당장 이자 부담은 다소 덜었다고 치자. 그런데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과연 버틸 수 있을까? 한국 경제를 파탄 낼 수도 있는 시한폭탄이 자꾸만 쌓여가고 있다. 어느 뇌관에 불이 붙어 연쇄폭발을 일으킬지 알 수도 없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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