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양치기 청년 김정은

고대 중국 주나라 유왕에게 포사라는 애첩이 있었다. 유왕이 포사와 더불어 주지육림에 취생몽사의 세월을 보내고 있었는데, 단 하나 아쉬운 것이 그토록 사랑스러운 여인 포사가 잘 웃지 않는 것이었다. 유왕은 포사가 웃는 모습을 보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소용이 없었는데 기어이 방법을 찾았다. 봉화를 올리고 북을 쳐서 전쟁이 일어난 것처럼 법석을 떨자, 사방의 제후들이 동분서주 달려오는 모습을 보고는 웃음을 터트린 것이다.

국운을 건 장난질이었다. 절세미녀 포사의 웃음에 넋을 잃은 유왕은 이런 짓을 여러 차례나 일삼았고, 그때마다 제후와 장군들은 헛걸음을 반복하곤 했다. 결국 무너진 민심을 틈타 적국의 견융족이 쳐들어왔는데, 그제야 진짜 봉화를 올리고 다급하게 북을 쳤다. 하지만 수차례 장난에 속은 신하와 군사들이 유왕을 보호하기 위해 달려올 리가 없었다. 기어이 유왕은 살해당하고, 나라는 멸망했다.

거듭된 거짓말로 화를 입게 되는 일화로는 이솝 우화의 양치기 소년만큼 유명한 이야기가 없다. "늑대가 나타났다"고 장난으로 외친 말에 반응하는 마을 사람들의 비상한 움직임을 즐기던 소년이, 정작 실제 상황에서는 아무도 돌아보지 않아 자신과 양들이 모두 희생되고 말았다는 얘기다. 희곡 작가 이강백의 작품 '파수꾼'은 이솝 우화를 조금 다른 방향에서 풀어냈다.

이리떼의 공격이 있으면 파수꾼이 양철북을 두드려 마을 사람들에게 알리도록 했는데, 사실은 이리떼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촌장이 거짓으로 북을 치게 했다는 것이다. 촌장은 마을의 질서와 단결을 위한 불가피한 일이라고 파수꾼을 회유했고, 파수꾼은 그 일에 순응하게 된다. 독재자가 안보를 빌미로 국민을 통제하는 것을 풍자한 것이다.

북한의 청년 권력자인 김정은의 이번 전쟁 위기 조성은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과 양철북 치기 수법의 극치를 이뤘다. 이른바 늑대와 이리떼에 상응하는 '남조선 괴뢰패당'과 '미제국주의'의 북침 공포를 조장하며 남북 관계를 전쟁 전야로까지 몰아갔다.

북한 정권의 양철북 치기가 언제까지 통할지, 김정은의 거짓 봉화에 북한군과 인민들이 언제까지 속아줄지 의문이다. 문제는 시도때도없이 '불벼락' '전면전'을 외쳐대는 양치기 청년 김정은의 공연한 협박이 이판사판으로 실제 상황이 되었을 때, 태무심하던 우리가 당해야 할 상처와 피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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