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건설업을 했던 최모(55) 씨는 항상 꿈꾸는 것이 있었다. 공기 좋은 농촌에서 부인과 농사를 지으며 노후를 보내는 것.
이 꿈 때문에 모질고 힘든 건설현장에서도 힘을 냈다. 주말만 되면 최 씨는 부인과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귀농할 곳을 찾았다. 올 초 청송군 안덕면 한 마을에 들어서는 순간 최 씨 부부는 '이곳'이란 느낌을 받고 정착하기로 했다.
최 씨 부부는 차를 마을 입구에 새워두고 마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한 배나무밭에서 평탄화 작업을 하던 인부 조모(61'안동) 씨를 만났다. 조 씨는 최 씨 부부의 귀농 계획에다 땅을 구하고 있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조 씨는 "이 배나무밭을 포함해 이 마을 주변 3만3천㎡ 정도를 2억7천만원을 주고 샀다. 땅이 필요하면 3천300㎡를 3.3㎡당 5만원에 해주고 집 지을 땅 990㎡도 무상으로 주겠다"고 최 씨 부부에게 스스럼없이 말했다.
최 씨 부부는 며칠 간 고민하다 너무나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시세보다 싼 가격에 집 지을 땅까지 공짜로 준다는 말에 최 씨 부부는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조 씨는 최 씨 부부가 이 마을에 갈 때마다 식사를 대접했고 최 씨 부부의 마음을 샀다.
지난 3월 초 최 씨는 5천150만원에 조 씨의 땅 3천300㎡를 구입한다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돈을 건넸다. 청송에서 귀농으로 인생 제2막을 연다는 기대에 가슴이 부풀었다.
하지만 꿈은 곧 깨졌다. 청송군청에 계약서를 들고 거래신고를 하러 갔을 때 최 씨 부부는 자신들이 산 땅이 조 씨 소유가 아니란 것을 알았다. 최 씨 부부는 다급히 조 씨 집을 찾았지만 이미 조 씨는 떠났고 그 집도 남에게 빌린 임시거처였다.
조 씨는 이미 휴대전화 수신을 끊은 상태였다. 최 씨 부부는 자신들이 귀농을 꿈꿨던 배나무밭에 주저앉아 땅을 치며 울었다.
최 씨 부부의 사연을 접한 청송경찰서는 7일 오랜 수사 끝에 다른 사람 소유 부동산을 마치 자신의 것처럼 속여 돈을 챙긴 혐의로 중장비업자 조 씨를 구속했다.
서오윤 청송경찰서 지능팀장은 "경찰에 붙잡힌 조 씨는 안동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범죄를 저질러 수배된 상태였다"며 "귀농에 대한 부푼 기대를 한순간에 짓밟은 정말 악질적인 범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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