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리와 울림] 난민의 도전

살길 찾아 지중해 건너는 난민 행렬

인도적 수용·이질적 문화 사이 충돌

獨, 난민의 '문화적 도전' 받아들여

우리라면 그들을 수용할 수 있을까?

햇빛에 반짝이는 에메랄드 색깔의 지중해에선 지금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숭고한 자연의 아름다움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비인간성이 마치 이 세상의 일이 아닌 것처럼 보이게 한다. 수많은 난민이 새로운 삶을 꿈꾸며 지중해를 건너려 시도하고 그중 몇 명이나 성공할지도 모르지만, 설령 지중해를 성공적으로 건넌다 하더라도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또 다른 곤경이다. 경제적, 정치적 이유에서 아프리카와 중동의 조국을 떠나 유럽에서 살길을 찾으려는 난민들의 이야기다.

미디어는 연일 비참한 난민들의 모습을 전한다. 난민을 가득 싣고 구조를 기다리는 난파한 배, 해변에서 죽어가는 어린아이, 그리고 얼마 전 오스트리아에서는 화물 트럭에서 71명의 난민이 죽은 채 발견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난민들의 행렬이 멈출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죽음을 무릅쓰고 지중해를 건너 걸어서라도 여러 국경을 넘어 그들을 받아줄 나라로 고난의 행군을 할 난민의 숫자는 늘면 늘었지 줄어들 것 같지 않다.

이 난민의 고통이 마침내 요즘 유럽에서 제일 잘나간다는 독일에 이르렀다. 올해만 하더라도 독일에서 망명을 신청할 난민의 숫자가 거의 80만 명에 이르고 곧 1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이런 난민의 물결을 보면서 우린 어떤 생각을 할까? 우리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난민들을 수용하고 환대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피부, 다른 종교, 다른 문화를 가진 난민들의 '침입'에 두려움을 느낄 것인가? 지중해에서 물에 빠져 죽어가는 사람들을 구하고, 목 마르고 배고픈 사람들에게 물과 음식을 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받아들여 사회에 통합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난민은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심각한 문제를 던진다. 그들이 새로운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신자유주의적 경제가 지배하는 세계화 때문이라면, 그들이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는 것도 복잡하게 얽힌 국제정치 때문이라면, 난민은 결코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분명히 세계의 문제다. 우리가 함께 생각해야 할 까닭은 분명하지만, 문제는 결국 하나로 모아진다. 우리는 난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난민에 대한 독일의 대응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난민 문제를 선도적으로 해결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힌 메르켈 총리의 말은 신뢰를 불러일으키고, 80만 명의 난민은 숫자일 뿐이고 그 뒤에는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의 '운명'이 달려있다는 말은 신선하기까지 하다. 그렇지만 난민들을 도울 뿐만 아니라 손에는 선물을 들고 그들을 환영하기 위해 뮌헨역에 모여든 독일인들의 모습이 조금 낯선 것은 사실이다. 독일인들은 왜 난민을 환영하는 것일까? 독일이 언제부터 이방인을 환대하는 다문화국가가 된 것인가?

독일인들조차 난민을 환영하는 자신들의 모습에 거꾸로 놀라면서 난민의 '문화적' 도전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처럼 보인다. 수많은 난민이 자신의 문화를 갖고 유입되어도 끝까지 독일적인 것으로 남아있을 독일문화는 무엇인가? 다양한 문화를 사회적으로 통합할 '주도적 문화'는 무엇인가? 난민의 문제는 결코 단순한 관용과 환대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러기엔 난민의 숫자가 너무 많다. 난민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이질적 문화를 수용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난민을 받아들여 사회적으로 통합시킬 수 있는 주도적 문화가 없다면, 난민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유럽은 지금 난민을 통해 기존의 전통적 문화를 새롭게 바꾸라는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이다. 난민은 비록 경제적, 정치적 이유에서 생겼지만, 우리에게 심각한 문화적 문제를 제기한다. 이것이 난민의 도전이다.

이 난민의 문제가 우리에게 과연 먼 나라 얘기일까? 실타래처럼 얽혀 잘 풀리지 않는 남북문제가 단순히 정치적, 경제적 문제만일까? 바다 건너 유럽에서 벌어지는 일이 남의 일처럼 여겨지지 않는 것은 우리나라가 여전히 '외국인에게 차가운 땅'이라는 신문기사가 어른거리기 때문이다. 우리는 난민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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