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관광에 문화를 입히다]<5>관광두레 공동체 안동음식콘텐츠연구소

스토리·창의성 '양념', 안동 새 맛 '보글보글'

안동음식의 리노베이션을 통해 안동음식 관광을 이끌고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는 각오를 다지는 관광두레 공동체
안동음식의 리노베이션을 통해 안동음식 관광을 이끌고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는 각오를 다지는 관광두레 공동체 '안동음식콘텐츠연구소' 사람들. 안동의 대표적 먹거리 명소인 찜닭골목을 찾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왼쪽에서 유미해, 송정화, 김애림, 김해경 씨) 엄재진 기자
26일 안동을 찾을 일본인 단체 관광객들에게 선보일 정갈하면서도 맛깔스러운
26일 안동을 찾을 일본인 단체 관광객들에게 선보일 정갈하면서도 맛깔스러운 '안동의 밥상'.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들이 '볼거리' '먹거리' '즐길(체험)거리'다. 이 가운데 음식, 먹거리는 여행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요소다. 실제로 여행지에서 만나는 음식은 그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은 물론 음식을 만들어 내놓는 지역민들의 정성과 정감이 그대로 묻어나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여행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관광산업에서도 '음식 관광객'(Food tourist) 이란 말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미식가들이 음식 관광객들과 함께 맛으로 유명한 지구촌 곳곳을 다니기도 한다. 프랑스 망똥레몬축제와 독일 뮌헨 맥주축제, 미국 텍사스의 미각여행과 인디애나 와인관광 등은 이제 빼놓을 수 없는 음식 관광의 대명사로 자리 잡고 있다.

음식, 그 자체만으로 여행이 되고 관광 산업이 되기도 한다. 특히, 요즘 들어 방송사마다 앞다퉈 '음식 프로그램'을 제작해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음식 만들기는 물론, 그 음식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찾아 떠나기도 하고, 음식을 통해 지역을 홍보하기도 한다. 전통'향토음식을 활용한 '푸드 투어리즘'(Food tourism)이 인기를 얻는 비결이 되고 있다.

이처럼 음식은 이제 현대인들의 여행'관광에서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콘텐츠가 됐다. 그야말로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줄 음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관광의 도시 안동을 위한 안동의 음식문화는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주고 있는가? 이런 물음에 관광두레 공동체 안동음식콘텐츠연구소(이하 음식연)는 "네!"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음식, 오감(五感)으로 여행의 즐거움 더한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여행지 맛집이나 음식에 대해 묻는 일이 낯설지 않다. 여행지에서 마주한 '맛집'은 그 지역의 정체성과 문화를 기억의 깊은 곳에 자리 잡도록 해준다. 그 지역 음식에 만족하고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맛을 체험한 것만으로도 여행의 즐거움을 느끼기도 한다.

이처럼 음식은 한 지역이나 나라의 문화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관광자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 음식은 관광객들의 지출을 유도해 지역 경제와 관광 산업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관광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관광자원으로서 음식문화의 가치를 인식해 음식문화를 관광상품화하고 있다.

안동에서 역사가 제법 오래된 음식으로는 안동식혜'건진국수'간고등어'안동소주가 꼽힌다. 그리고 각종 보푸리'수란(水卵) 등도 있다. 1970년대에 개발된 향토음식으로 헛제삿밥이 있으며, 1980년대에는 퓨전형 향토음식인 안동찜닭이 인기를 얻고 있다.

안동에는 유교의례나 접빈객과 연관된 음식들이 종가마다 전해오고 있다. 특히, 안동에는 한국 음식문화에 관한 3대 고조리서가 전해온다. '수운잡방'(需雲雜方)''음식디미방'''온주법'(蘊酒法)이다. 이들 조리서를 통해 당시 사대부가의 식생활과 음식문화를 생생히 엿볼 수 있다.

다양하면서도 차별화된 음식 콘텐츠를 갖고 있으면서도, 이를 관광자원화하는 데 역부족이다. 안동시가 향토음식의 세계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과 정부 정책사업 등 음식산업화에 나서고 있지만, 한우골목'찜닭골목'문어골목 등 주요 먹거리들이 흩어져 있거나 개별 음식점 위주의 사업이어서 '볼거리-먹거리-즐길거리'가 잘 연계된 관광 프로그램 개발에 한계를 보이기 때문이다.

음식이 관광 산업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는 지역이 보유한 음식 콘텐츠를 현대인'여행객들의 요구와 입맛에 맞도록 '맞춤식 관광 음식'으로의 발 빠른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동음식, 맞춤식 관광 음식으로 탈바꿈시킨다.

음식연 김해경(47) 대표는 "안동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음식 콘텐츠를 여행객들이 원하는 새로운 맛과 트렌드로 리노베이션시켜 '음식 관광'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시급하다"며 "음식연은 안동음식을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할 수 있는 소중한 관광상품이 될 수 있도록 연구하고 개발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음식연은 안동에서 오랫동안 안동의 음식을 연구하고, 선보여온 3명의 전문가로 구성됐다. 대학에서 호텔외식조리를 전공하고 장계향 선양회 활동과 예미정'음식디미방 등을 수료한 지역 최고의 음식 전문가인 김 대표를 비롯해 대학'대학원에서 식품영양학과 영양교육을 전공하고 대기업에서 영양사와 위생사로 활동해 온 김애림(34) 씨, 수십 년 동안 영업'홍보를 통해 사람의 향기'소통의 전문가로 자처하는 송정화(50) 씨 등이 안동음식의 리노베이션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들은 "많은 음식 콘텐츠가 있음에도 관광객들의 다양한 요구에 걸맞은 음식 개발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줄 '안동의 맛'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들이 주목하는 것은 '고객들의 요구와 입맛'이다. 자칫 유교적 색채가 짙어 너무 무거운 느낌을 전해준다거나, 대대로 내려오는 종가 음식을 쉽게 접할 수 없다거나 하는 등의 관광객이 불편해하는 요소들을 쉽고, 가볍게 접하는 안동의 맛으로 탈바꿈시키는 게 꿈이다.

전미경 안동 관광두레 PD는 "관광두레 공동체 조직은 그야말로 주민들이 스스로 문제를 느끼고, 바꿔보려는 발상에서 시작됐다. 음식연의 음식에 대한 열정과 사람 향기 나는 조직원들 간의 끈끈한 정이 새로운 음식 문화를 만들어 낼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이들은 관광객들이 여행길에서 접할 수 있는 단순한 먹거리를 개발하기보다, 외국인 관광객, 단체 관광객, 기업 연수나 각종 모임 등 다양한 대상들에게 '맞춤식 음식'과 '안동 관광'을 연계한 상품을 만들어낸다는 각오다.

김 대표는 "관광객들의 수요조사 등을 통해 레시피를 개발하고, 서비스'친절 교육과 고객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곳으로 만들 것"이라며 "음식에 안동 문화와 정서를 녹여내고 사람의 멋이 한데 어우러져 다시 한 번 먹고 싶은 음식으로 자리매김시킬 것"이라고 했다.

◆음식의 리노베이션, 창의적 안동음식 개발 관광상품화

음식연이 고집하는 3가지 목표가 있다. 문화사상적 기반을 둔 안동음식, 스토리텔링한 안동음식,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안동음식을 개발한다는 목표다.

홍보를 맡고 있는 송 씨는 "안동의 다양한 문화관광축제에 이벤트 음식이 없다. 관광객들을 매료시킬 창의적 음식 프로그램이 없다. 음식이 관광이 될 수 있도록 안동의 음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소비자들인 여행객들의 요구와 입맛에 맞는 틈새 음식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이 안동 관광시장을 분석한 결과 고택을 찾는 관광객들이 늘고 있으나, 고택 관광문화가 빈약했다. 또, 안동의 향기를 지닌 메인 음식은 많지만 관광객들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디저트 음식이 없다는 것. 많은 음식 관련 축제장의 창의적 음식 부재와 주요 관광권역 내에서 체험할 수 있는 특색 있는 저렴한 음식도 부족하다는 평가다.

김 대표는 "안동 전통음식의 제공 형태와 조리 방법을 개발하고 다양화'현대화시켜 많은 사람들에게 안동의 맛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는 관광객들이 관광지의 대표 음식 한두 가지만을 즐기지만 우리 연구소가 개발한 상품을 통해 안동의 맛을 모두 보고 돌아가도록 할 각오"라고 했다.

이들은 안동 고택과 기업을 연결한 '기업 워크숍'에서의 음식 관광을 염두에 두고 있다. 단순한 기업인들의 워크숍이지만 새로운 음식을 맛보게 하고, 정성과 건강이 담긴 밥상을 통해 귀중한 대접을 받는다는 느낌을 전해줄 각오다. 단순한 음식에도 모임의 의미가 담길 수 있도록 상품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지역 관광지와 연계한 음식 상품도 개발한다. 안동을 찾는 젊은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찜닭컵밥'한우불고기 주먹밥'간고등어 콜팝'헛제사밥 도시락 등 창의적 음식 개발과 안동식혜슬러시'매화 솜사탕 등 창의적 디저트 음식을 개발해 푸드트럭을 이용해 찾아가는 음식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들은 안동 도시재생지역 중 한 곳인 성진골 마을에 음식 관광을 엮어낼 터전을 마련했다. 김 대표는 "이곳에서 안동음식의 새로운 트렌드가 탄생될 것이다. 판매장과 맞춤식 음식연구소, 체험공간으로 활용해 안동을 찾는 여행객들이 안동의 맛에 매료돼 다시 찾는 계기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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