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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해피 '버스'데이] <1>버스는 달리고 싶다

출·퇴근 시간 버스전용차로 소통 방해, 일반 차량 카메라 단속 피해 끼어들어

대구 시내버스는 전용차로를 끼어들거나 이면도로에서 나오는 차들 때문에 제시간에 출발
대구 시내버스는 전용차로를 끼어들거나 이면도로에서 나오는 차들 때문에 제시간에 출발'도착하는 '정시성'을 떨어지는 형편이다. 매일신문 DB

버스는 '시민의 발'이자 '대중교통의 맏형'이다. 남녀노소 365일 찾는 으뜸 교통수단인 버스가 막히고 묶이면 시민 이동권이 제약된다. 이용을 어렵게 하는 문제를 찾아 개선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올해는 준공영제 개혁과 노선 개편, 도시철도 3호선 개통 등 대구 시내버스의 큰 전환점이 됐다. 시민행복을 주는 버스로 거듭나기 위한 과제와 해법을 10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버스에 양보하세요, 제발."

대구 시내버스는 도로에서 찬밥 신세다. 전용차로가 있지만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 불법 주'정차가 곳곳에서 막아서고, 이면도로에서 나오는 차는 흐름을 끊기 때문이다. 불편하다는 인식 탓에 버스 이용자는 늘지 않고 승용차 이용자는 증가하고 있다. 이를 해결할 단초가 버스 천국인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 있다.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해 버스 친화적인 교통 환경을 만들 방안을 고민할 때다.

◆가로막힌 '전용차로'의 현실

지난 16일 오후 6시 30분쯤 동구 신천동 청구고등학교 앞 국채보상로. 이곳 왕복 6차로 도로는 퇴근시간을 맞아 차량 정체가 500여m가량 이어졌다. 승객을 가득 태운 한 시내버스는 도로 가장자리 버스전용차로에서 느리게 움직였다. 승'하차를 마친 후 출발하려는 버스 앞을 승용차가 끼어들었다. 이면도로에서 나오는 차들도 버스를 막아섰다.

전용차로는 출근(오전 7~9시)과 퇴근(오후 5시 30분~7시 30분)시간에는 버스만 다니도록 규제하고 있지만, 승용차와 화물차 등 다른 차들이 이를 무시하기 일쑤였다. 카메라 단속 시작점과 끝 지점 두 곳에서 위반 사실이 드러나야 과태료 처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차들은 이를 피해가며 버스 소통을 방해했다.

대구시는 1991년부터 시내버스의 소통을 위해 차량 통행이 많은 구간을 중심으로 전용차로를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전체 전용차로 길이는 117.2㎞로, 팔달로(태전교~원대오거리, 10.4㎞), 동촌로(반야월삼거리~입석네거리 9㎞), 아양로(입석네거리~칠성교, 8㎞), 달구벌대로(두류네거리~성서IC, 8㎞) 등이 대표적인 구간이다.

전용차로를 위반한 차량을 적발(과태료 4만~6만원)하기 위해 구간 단속 카메라 20대를 설치했다. 문제는 카메라로 단속할 수 있는 구간이 2.38㎞에 불과하고, 가시거리(30m)를 감안하면 전용차로의 0.5%인 0.6㎞가량만 단속 가능한 수준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버스에 CCTV를 달아 이동단속을 벌이고 있다.

단절 구간으로 인해 연속성이 떨어지는 점도 보완해야 할 점이다. 무엇보다 동서를 가로지르는 도로가 시내를 지날 땐 끊긴다. 달구벌대로의 경우 두류네거리~수성교 구간이, 국채보상로는 서성네거리~종각네거리 구간이 단절돼 있다. 남북을 잇는 도로 가운데 북구청 앞 고성네거리~신남네거리~계명네거리~앞산네거리 사이에도 전용차로가 없다.

◆대중교통전용지구의 결실

지난 20일 오후 2시쯤 중구 동성로 중앙파출소 일대는 버스 천국이었다. 인근 버스승강장은 노선이 10여 개에 이르렀고, 쉴 새 없이 버스가 오가면서 사람들을 태우고 내렸다. 버스 이외 차량 통행이 제한된 대중교통전용지구이기 때문에 버스는 막힘 없이 오갈 수 있었다. 도로는 굴곡이 있어 버스 속도를 낮추는 역할을 하고, 인도 폭이 넓어 보행 환경도 좋았다.

시는 2009년 12월 전국에서 최초로 반월당네거리에서 대구역네거리까지 약 1㎞ 구간을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시행했다. 98억원을 들여 차로를 4개에서 2개로 줄이고, 보도 폭을 3m에서 12m로 넓혔다. 횡단보도도 3개에서 8개로 늘려 걷기 좋은 곳이자 버스 중심의 통행환경을 조성했다. 시민 편의를 위해 오후 9시~다음 날 오전 10시까지는 택시 등 일부 차량을 부분적으로 허용하기도 했다.

실제 전용지구 내 버스승강장은 모두 4곳인데, 대구 3천76개 버스승강장 중 이용객이 많은 상위 10곳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올해 7월 한 달 기준으로 '약령시 건너'(동성로 입구) 승강장이 가장 많은 23만7천 명이 이용했고, 2위도 맞은편에 있는 '약령시 앞'(20만9천 명)이다. 그리고 '경상감영공원 앞'(13만2천 명)과 '경상감영공원 건너'(12만5천 명) 승강장이 각각 5위와 7위를 차지했다.

전용지구 시행 후 버스 이용 활성화라는 성과를 거뒀다. 시에 따르면 중앙로 시내버스 이용객 수는 2009년 489만 명에서 2013년 653만 명으로 증가했다. 덩달아 중앙로 유동인구도 평일 12시간 기준 2009년 5만6천311명에서 2014년 6만6천294명으로 늘었다.

대중교통전용지구는 다른 지자체에서 부러워하는 정책으로 거듭났다. 서울시는 지난해 초 신촌 연세로에 대중교통전용지구를 도입했다. 그 성과는 6개월 만에 나타났다. 전해에 비해 교통사고가 34% 감소하고 버스 이용 시민은 11%나 증가했다.

◆절실한 버스 이용 활성화

대구는 승용차 중심의 교통 환경 탓에 버스 이용객은 감소'정체를 반복하고 있다. 전국버스운송사업연합회에 따르면 준공영제 도입 10년 전인 1996년 대구 버스 수송인원은 4억1천429만7천279명에 달했지만 2006년엔 반 토막이 난 2억1천495만544명까지 떨어졌다. 최근엔 소폭 이용객이 늘었지만 2억8천만~2억9천만 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더불어 버스의 수송분담률도 정체돼 있다. 시에 따르면 2013년 교통수단별 수송분담률은 승용차가 49%로 가장 비중이 컸고, 버스는 21.7%에 그쳤다. 버스의 경우 2006년 25.1%에서 2010년 18.7%로 떨어졌고, 이후 21%대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버스 이용객이 줄고 승용차가 늘면서 교통혼잡비용은 증가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대구의 올해 교통혼잡비용 추정액은 1조7천681억원으로, 10년 전인 1995년(1조1천396억원)보다 55.2%(6천285억원)나 늘어났다.

버스의 위상이 떨어지고 있지만 택시(11.3%), 철도(8%) 등 대중교통 가운데 여전히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버스를 외면하고 대중교통 활성화는 상상할 수 없다.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승용차 중심에서 버스 중심의 교통체계 개편이 시급한 이유다.

최근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지역의 전문가와 관련 기관'단체 등이 머리를 맞댔다. 지난달 31일 '대중교통 활성화 포럼'이 공식 출범, 운영위원 12명과 포럼위원 33명 등은 준공영제 개혁시민위원회에서 제안된 다양한 아이디어를 논의할 계획이다.

포럼의 운영위원장을 맡은 윤대식 영남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승용차 중심의 교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중교통 이용자를 위한 편리한 환승체계를 구축하고 대중교통전용지구를 확대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토지이용과 도시개발에서부터 승용차 이용을 억제하고 대중교통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계획 수립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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