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버카충' 모르면 당신은 '노잼'…중년들 신조어 배우기 열풍

직장인들도 필수 덕목으로

"아들아, '버카충'(버스 카드 충전)했니?"

자영업자 김모(53) 씨는 최근 자녀와의 대화가 새로워졌다. 고등학교 동창 단체 채팅방에 올라오는 '신조어'를 꾸준히 익힌 덕분이다. '버카충' 외에 김 씨가 최근 익힌 단어는 '노잼'(재미 없다), '빼박캔트'(빼도 박도 못한다) 등이다. 김 씨는 "부정적으로만 생각했던 신조어지만 가끔 자녀들과 대화할 때 사용해 보니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소통의 벽이 사라져 더 자주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중년들의 신조어 배우기 열풍이 뜨겁다. 신조어가 쏟아지고 카카오톡, 밴드 등 SNS 활동이 활발해지자 신조어에 반감을 갖기보다는 이를 수용하고 계층 간 소통의 벽을 허물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기성세대 안에서 만들어지는 신조어도 등장하고 있다.

신조어 배우기는 직장생활의 필수 항목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 IT업계 팀장급인 최모(52) 씨는 "'따아'(따뜻한 아메리카노),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직장에서 가장 많이 쓰는 신조어"라며 "후배들과 조금 더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기도 해서 몇 가지는 기억해 뒀다가 사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 부장급 직장인도 "가끔 회의시간에 자녀들에게 들은 용어를 써보기도 한다"며 "최근에는 회의시간에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진다)를 썼더니 딱딱한 회의가 한결 유연해진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중년들의 SNS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어른들이 만든 신조어'까지 등장하는 추세다. '윰차'(유모차), '얼집'(어린이집), '#G'(샵지=시아버지), '셤니'(시어머니) 등은 주부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들이다.

신조어가 대세로 떠오르다 보니 '독학'하는 중년들까지 등장했다. 신조어를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용어 익히기에 나선 것이다. 한 고등학교 국어교사 이모(55) 씨는 "워낙 학생들이 신조어를 많이 쓰다 보니 대화에 참여할 수 없을 때가 많아 '신조어 퀴즈' 애플리케이션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익히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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