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 도원동에 사는 주모(69) 씨는 독감 예방접종을 맞으려다 두 번이나 헛걸음을 했다. 올해부터 동네의원에서도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가까운 내과의원을 찾아갔지만 백신이 떨어졌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
주 씨는 "며칠 뒤 다시 동네의원을 찾았지만 백신이 없어서 소아과의원을 찾아가 예방접종을 했다"면서 "이럴 거면 보건소에서만 독감 예방접종을 하던 것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올해부터 가까운 동네 병'의원에서도 노인 무료 독감 예방접종을 할 수 있게 됐지만 일부 병'의원에서 백신이 부족해 혼란을 겪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수요조사 결과보다 적은 물량이 배정된데다, 내과나 가정의학과 의원 등으로 독감 백신 접종 환자가 몰리면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상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11일까지 대구에 공급된 독감 백신은 16만4천300개다. 이는 무료 독감 백신 접종 대상인 65세 이상 노인 인구 24만2천762명의 67.6% 수준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일선 병'의원 예상 수요량의 60%를 접종 개시일 이전에 공급하고, 나머지 40%는 5차례에 걸쳐 단계적으로 배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무료 접종이 시작된 지 2주 만에 대상 노인 중 75% 이상이 접종을 끝내는 등 쏠림 현상이 벌어졌다. 11일 현재 무료 독감 백신 접종 의료기관 798곳에서 접종을 한 노인은 17만321명으로 전체 노인 인구의 70.2%를 차지한다. 대구시는 보건소에서 접종한 노인들까지 더하면 전체 대상 노인 중 75~78%가 접종을 마친 것으로 보고 있다. 백신 부족 사태가 벌어지면서 대구시는 질병관리본부에 백신 1만3천 개를 긴급 요청한 상태다.
수성구의 한 내과의원 원장은 "미리 확보해 뒀던 500명분의 백신이 모두 동나는 바람에 접종을 일시 중단했다"면서 "접종자가 몰리면서 추가로 100명분을 보건소에 요청했지만 15일 이후에나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물량에 여유가 있는 병'의원의 백신을 회수한 뒤 부족한 의료기관에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백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매년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독감 바이러스를 예측한 결과에 따라 만들기 때문에 올해가 지나면 모두 폐기해야 한다. 이 때문에 초기에 너무 많은 물량을 배정할 경우 독감 백신을 무더기 폐기할 수밖에 없다"면서 "미리 보건소에 문의해 백신이 여유가 있는 병'의원을 찾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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