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교육부의 꼼수

꼼수는 상대의 실수를 노려 이득을 보려는 쩨쩨한 수단이나 방법을 뜻한다. 바둑에서 수 읽기가 떨어지는 하수를 괴롭힐 때 고수가 사용하는 속임수나 노림수를 뜻하는 낱말로 흔히 쓰인다. 요즘은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어떤 일을 도모하는 것을 뜻하는 데 두루 쓰인다.

바둑과 현실에서 나타나는 꼼수는 큰 차이가 있다. 바둑에서 꼼수는 상대가 정확하게 응수하면 대개 꼼수 사용자가 더 큰 손해를 본다. 정석을 따르지 않은 데에 대해 응징을 당하는 셈이다. 반면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사례가 더 많다. 꼼수인 줄을 뻔히 알면서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거나 꼼수로 밝혀져도 '법'적인 응징 수단이 마땅치 않아서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는 정석보다 꼼수가 더 흔한 기형 사회가 됐다.

국립대학교 구성원이 뽑은 총장 후보자에 대해 아무런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임용 제청하지 않아 1년 넘게 총장 공백사태를 일으킨 교육부가 또 다른 꼼수를 꺼냈다. 교육부는 "총장 후보 임용 제청 때 1순위자가 부적격, 2순위자가 적격이면 2순위자를 임용 제청할 예정"이라며 "대학이 2인 이상의 후보자를 교육부 장관에게 추천하게 돼 있으며, 국립대가 복수의 총장 후보자 순위를 정해서 추천하라는 규정은 없기 때문에 관계 법령과 충돌하지 않는다"고 했다.

더구나 교육부는 꼼수 뒤의 꼼수까지도 만들었다. 1, 2위 순위자가 모두 부적격으로 판단돼 재추천을 요구했는데도 장기간 재추천하지 않으면 직접 임용 제청하는 방법도 논의 중이라는 것이다. 그동안은 대학이 1, 2순위자를 추천해도 2순위자에 대해서는 임용 제청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 관례였다. 어쨌든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앞으로 국립대 총장은 임명권자의 '입맛대로' 할 수 있는 모든 길을 열어놓고야 말겠다는 의지의 꼼수이기도 하다.

이런 꼼수를 만들려고 교육부가 머리를 굴린 13개월 동안 경북대는 그야말로 풍비박산이다. 취업률 등 모든 지표가 전국 정상에서 최하위권으로 떨어졌고, 이와 함께 구성원은 물론, 대구경북 시도민의 자존심도 구겼다. 이는 국립대라는 틀에 안주한 경북대의 노력 부족 탓이 적지 않지만, 총장 공백에 따른 리더십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법원 판결까지 무시하면서 '항소'를 통해 시간을 벌어놓고는 꼼수를 대책이라고 내놓았다. 하기야 교육부인들 이런 대책이 치졸한 꼼수인 줄 모르겠는가? 그분의 '입맛' 탓을 할 수밖에 없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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