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훈민정음 상주본

딱 3년 전이다. 한국인 절도범들이 일본 대마도에 있는 불상 2점을 훔쳐 국내로 반입했다. 불상은 한국에서 건너간 것이 분명했다. 하나는 통일신라시대 때 만든 동조여래입상이고 또 한 점은 1330년 고려 때 조성돼 부석사에 보관돼 있던 관음보살좌상이었다. 절도범들은 붙잡혔고 불상은 몰수됐다.

불상 처리를 두고 여론이 들끓었다. 애초 우리 문화재였던 만큼 일본에 반환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우세했다. 훔쳐왔으니 돌려줘야 한다는 목소리는 작았다. 일본은 문화재 반환을 요구하면서도 왜 일본으로 건너왔는지 답을 내놓지 않았다. 도난이나 약탈에 의해 일본으로 건너갔을 가능성이 컸다.

검찰 질의에 문화재청은 정상적인 반출인지 약탈당했는지 불분명하다고 회신했다. 검찰은 재판 절차가 마무리된 동조여래입상을 지난 7월 일본에 돌려줬다. 일본이 불법으로 취득한 점이 밝혀지지 않은 이상 반환이 불가피하다고 본 것이다. 관음보살좌상 역시 내년 3월이면 일본에 돌려줘야 할 입장이다.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부석사가 불법 반출됐음을 입증해야 하는데 600년 전 일을 밝혀내기는 쉽지 않다.

훈민정음 상주본을 둘러싸고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를 보관하고 있는 배익기 씨는 자신의 소유임을 주장하며 최소 1천억원을 주면 국가에 내놓겠다고 한다. 반면 문화재청은 '법적으로 국가 소유니 빨리 내놓으라'며 다그치고 있다.

배 씨는 이미 상주본을 둘러싸고 두 차례 소송전을 벌였다. 배 씨가 상주본을 훔쳐갔다고 주장한 골동품상 조모(2012년 사망) 씨와의 소송에서는 져 법원이 조 씨 소유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절도죄에 대한 형사소송에서는 배 씨가 승소했다. 대법원은 배 씨가 상주본을 훔쳐갔다는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의 판단대로 배 씨가 이를 훔쳤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 일본이 아무런 근거를 대지 못했지만 불상을 되돌려 받은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다행인 것은 신라 불상은 해외로 건너갔지만, 상주본은 국내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아쉬운 대목은 불상은 훼손 가능성이 별로 없지만, 상주본은 훼손 가능성이 커서 회수를 서둘러야 하는 것이다.

국가 소유니 무조건 내놓으라는 문화재청의 요구는 안이하고 위험하다. 배 씨인들 국가와 국민을 상대로 흥정을 하고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서로를 인정하고 퇴로를 열어주는 협상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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