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류근은 김광석의 목소리를 빌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했다. 시인에게 미안한 이야기지만 뻔하디 뻔한 말에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 지난해 세월호가 침몰하는 모습을 보기 전까지 그리고 올해 터키 해변에서 찍힌 세 살배기 아일란 쿠르디의 사진을 보기 전까지 그랬다.
곤한 잠에 빠져 행복한 꿈을 꾸고 있을 쿠르디의 모습을 똑바로 쳐다볼 용기가 없다. 인터넷에 올라 있는 수많은 추모 그림 또한 쳐다볼 용기가 없다. 미안해서다. 내전과 난민 문제가 남의 일인 양 치부했지만 사진 한 장이 관심을 온통 시리아로 가게 할 줄 몰랐다. 시리아가 어디에 있으며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고 왜 내전을 겪고 있는지 궁금했다. 세계사 시간에 배운 페니키아부터 아시리아, 가나안의 이름이 나온다. 중동 분쟁에서 언제나 등장하는 시아파, 수니파도 나온다. 자칫 문제가 그들 내부에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대단히 복잡하다.
시리아는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다. 프랑스는 열강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라를 둘로 갈라버린다. 이슬람인이 다수인 시리아와 기독교인이 많은 레바논이다. 시리아는 또 시아파와 수니파로 나눠진다. 여기에 러시아와 미국이 자국의 이익에 맞는 정권을 지원하고 IS와 쿠르드족까지 가세하면서 상황은 복잡해진다. 시리아는 종교 때문에 싸우는 세력, 독립을 위해 싸우는 세력, 정치적 목적을 위해 싸우는 세력들이 혼재하면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혼란에 빠진다. 혼란 속에서 생존을 위해 떠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시리아 난민이다.
난민(Refugee, 難民)은 국제협약에 따라 보호받을 수 있는 존재다. 1951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국제협약은 인종, 종교, 국적 또는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 등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는 이들 가운데 자기 나라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보호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 이들로 규정한다. 난민의 보호는 신체적 보호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개인적 기본권과 외국인 체류자에게 주어지는 권리와 차별되어서도 안 된다. 시민권을 부여받을 수 있고 사회, 경제적 권리 및 의료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다.
현재 7천700만 명 정도가 난민 상태에 있지만 국제협약이 규정한 난민의 권리를 누리는 이들은 많지 않다. 운이 좋게 서유럽이나 캐나다 등에 도착한 난민 정도가 그나마 생존의 위협에서 벗어난 정도다. 나머지 난민들은 비바람을 겨우 피할 수 있는 천막에서 생활하며 깨끗한 식수와 식량은 꿈도 꾸지 못한다. 의료와 교육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1994년 난민협약에 가입했고 2013년 7월부터 난민법을 제정하고 시행한다. 난민 자격이 주어지면 한국에서 거주할 수 있고 건강보험을 비롯한 기초생활 보장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받는 사람은 극히 적다. 협약 가입 이후 난민 신청을 낸 사람이 8천 명에 이르지만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500명을 조금 넘는다. 협약 가입 국가 가운데 한국과 일본만이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를 보인다.
이는 한국 사회의 반(反) 난민 정서 때문이다. '우리도 힘들다', '나의 나라 일이다', '한 번 받아들이면 걷잡을 수 없다', '혹시 테러리스트가 있을 수 있다' 등이 반대 입장이다. 인터넷에서는 증오 발언도 공공연히 보인다. 정부와 지자체도 소극적인 입장이다.
난민은 이주민이 아니다. 이주민은 자발적 선택에 의해 고향을 떠나고 돌아갈 국적국이 있지만 난민은 돌아갈 곳이 없다. '잘사는 유럽으로 가는 것보다 집으로 가고 싶어요. 전쟁만 멈추도록 해 주세요.' 인구 2천300만 명 중 절반이 난민인 시리아의 13살 소년 '키난 마살메흐'의 소원이다. 그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꿈이라도 편안히 꿀 수 있게 한국 사회가 따뜻한 잠자리와 밥 한 그릇을 내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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