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인터불고 대구를 인수한 바르미 서기수 회장은 경산시 용성면에서 태어나 대구 사대부고를 졸업하고 영남대를 다니다 중퇴했다. 당시 서 회장의 형제(5남매)들이 모두 대학을 마치기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스스로 대학공부를 포기했다. 생업전선에 뛰어든 뒤 안 해 본 일이 없다. 학습지 배달부터 화장품, 건강보조식품 등 자본 없이 창업할 수 있는 영업직 사업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실패가 많았다. 부산 태종대 자살바위에 찾아가 자살을 시도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1980년대 중반부터 보훈후생관에 꿀 등 몇 가지 상품을 납품할 기회가 생기면서 처음으로 약간의 돈을 벌었다. 이를 종자돈으로 1990년부터는 '다다유통'이라는 슈퍼마켓사업을 시작했다.
성실하고 근면한 덕에 유통사업은 번창했다. 1995년엔 마트와 가정배달사업에 필요한 마늘, 양파, 파, 콩나물 등을 직접 재배하기 위해 영천시 신령면에 1만여 평의 농장을 구입했다.
또다시 시련이 다가왔다. 1997년 말 IMF사태가 발생했다. 매출은 반 토막 나버렸고, 30% 넘는 금융이자를 부담하면서 사업을 유지할 수 없었다. 온 가족은 신용불량자가 됐다. 대출을 위해 담보로 잡힌 선산도 경매되는 처지에 이르렀다. 1998년 1월 겨울, 사업을 접었고, 한 작은 식당에서 눈물을 삼키며 '5년 안에 재기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칼국수와의 만남, 끊임없는 진화
기회는 다시 찾아왔다. 바로 오늘날 호텔인터불고 대구를 인수케 한 칼국수와의 운명적 만남이 시작됐다. 서 회장의 고교 친구가 운영하던 칼국숫집을 맡게 됐다. 1층은 식당을 하고 2층엔 살림을 하면서 밤을 잊었다. 서 회장은 당시를 정말 죽기 살기였다고 회고했다. 주방과 서빙을 번갈아 가면서 얼마나 민첩하게 움직였던지 '나는 제비'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장사가 번창하기 시작했다.
2002년 지금의 들안길 본점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즐거운세상이란 체인사업도 시작했다. 작은 회사였지만 음식 개발실을 두고 꾸준히 좋은 음식 개발에 주력했다. 인테리어 전문팀도 운영하며 차근차근 내실을 다져왔다. 음식과 실내 인테리어도 시대 변화에 맞춰 끊임없이 진화시켰다.
실력과 내공이 쌓이다 보니 기회도 찾아왔다. 서울 신도림 디큐브시티백화점에서는 전국의 대표 맛집을 찾아 입점시켰다. 처음으로 수도권에 진출하는 계기였다. 대박을 터뜨렸다. 수도권에서 바르미 브랜드가 뜨면서 롯데백화점 등에서는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가 됐다.
서 회장의 경영철학은 진화하는 가치소비이다. 가치소비란 고객이 지불하는 가격 대비 음식소비의 질을 높게 한다는 것이다. 음식소비의 질을 높인다는 것은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사용해 음식 맛이 좋아야 하고 실내분위기도 좋게 만든다는 의미다.
◆호텔인터불고 대구 인수 여정
3년 전 여행사를 설립했다. 외식업과 연계한 시너지 사업을 발굴하는 취지였다. 여행사와의 인연은 호텔인터불고 대구 인수를 결정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동남아 고급 관광객을 유치하는 전략을 짰다. 대구시와 함께 수차례 동남아 국가 팸투어를 성공시켰다. 이 과정에서 대구시로부터 호텔을 지어 운영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올 초부터 호텔 부지를 물색했다. 그러던 중 인터불고 매각설을 들었고, 인수할 경우 성공가능성과 위험에 대해 회계법인과 함께 철저한 분석을 했다.
죽마고우인 강병규 회계사가 큰 도움을 줬다. 하지만 막상 M&A 거래를 하려니 쉽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M&A는 인수제안을 받고 양해각서를 맺은 뒤 실사'협상을 거쳐 본계약을 체결하는데 매도자인 인터불고그룹의 사정상 계약금부터 넣고 본계약을 체결하자고 제안했다.
지난 7월부터 4개월을 끌어오던 인수작업이 2일 오후 마침내 마침표를 찍었다. 오후 4시쯤 양사는 부동산 등기를 모두 이전하는 등 인수작업을 마무리했다.
바르미는 인수 이후 시급한 시설개수와 영업장을 변경해 내년 봄부터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계획하고 있다.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넘치고 치맥축제 등 시민들과 함께하는 이벤트도 열 계획이다. 서 회장은 "시민들이 손쉽게 찾아오는 공간을 별도로 만들어 호텔인터불고 대구가 지역 호텔문화를 선도하도록 하겠다. 관광객 수요에 맞춰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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