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고보조금 불법 수급 판치는데 국회는 뭐하나

대구 한 어린이집 원장이 학부모 등과 짜고 국고보조금 1억2천만원을 빼돌렸다가 구속됐다. 이 원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만 0~5세 어린이 19명을 허위로 등록해 정부가 주는 영유아보육지원금을 챙겼다. 아이들의 학부모는 자녀 이름만 빌려주고 매달 10만~25만원씩을 받았다. 또, 시간제 보육교사를 고용한 후 정식교사로 허위 등록해 보조금을 타내기도 했다. 이 원장은 바지대표를 내세워 다른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같은 부정을 저질렀다. 그런데도 2년 가까이 보조금 부정 수령은 들통나지 않았다.

검찰은 국고보조금 유용에 대한 대대적 단속에 나서 지난해 5천552명이 3천119억원의 국고보조금을 부당하게 빼돌린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적발된 어린이집은 당시 적발되지 않았던 곳이다. 지난 10월 아동 학대 혐의로 조사를 받다 수천만원의 보조금 부정 수급 혐의까지 드러난 청주의 한 어린이집 역시 적발되지 않은 곳이었다. 이 두 사례는 정부의 국고보조금 부정 수급에 대한 처벌 강화와 검'경의 단속 강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고보조금을 눈먼 돈쯤으로 여기는 풍조가 줄지 않을 뿐 아니라 점점 교묘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고보조금은 해마다 가파르게 늘고 있다. 최근 6년간 정부 총지출 규모의 연평균 증가율은 6.4%지만 국고보조금의 증가율은 7.2%에 이른다. 지난해 국고보조금은 52조5천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지원 분야가 워낙 다양한데다 대상 또한 광범위하다. 또한 부정 수급이 워낙 은밀하게 이뤄지는 탓에 내부 고발 등이 없이는 적발하기 힘들다.

이런 부정 수급을 없애려면 징벌적 과징금 제도 도입, 내부 고발자 보호 등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수다. 해마다 누수 되는 보조금 규모는 3~4%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국고보조금을 부정하게 수급한 자에게 부정 수급액의 5배를 과징금으로 물리는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마련해 지난 8월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 법률안은 아직 국회 서랍 속에 잠들어 있다. 수시로 터지는 보조금 불법 수급에 경종을 울리고, 제대로 응징하기 위해서는 국회는 하루빨리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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