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치안장비 예산 삭감하겠다는 새정치연합, 수권 정당 맞나

지난 주말 서울 도심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폭력 시위는 새정치민주연합이 과연 수권 정당의 자격이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폭력 시위에는 눈을 감고, 경찰의 진압에는 "폭력성이 도를 넘었다"고 언성을 높이더니 이제는 치안장비 구입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나섰다. 이는 경찰에게 폭력 시위를 맨몸으로 막으라는 것이나 같다.

새정치연합이 삭감 대상으로 꼽은 경찰 예산은 바리케이드 구입 등 경비경찰 활동사업 9억원, 노후 채증장비(카메라) 교체를 위한 치안정보 활동사업 18억원, 경찰 기동력 강화사업(노후 경찰 버스 교체비) 113억원, 의경대체 지원사업(살수차'캡사이신 분사기 구입비 등) 20억원 등 160억원이다. 이들 예산 중 상당수는 이미 소관 상임위인 행자위에서 야당의 요구로 한 차례 삭감된 것인데, 나머지도 모두 깎겠다는 것이다.

이 중에는 시위 진압 예산이 아닌 것도 있다. 내구연한(8년)을 넘긴 경찰기동대 버스 교체 예산으로, 의경의 복지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경비이다. 현재 운행 중인 구형버스는 실내가 좁아 의경들이 제대로 다리를 펴지 못해 상당수 의경이 장시간 대기로 인한 무릎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야당이 이 예산마저 깎겠다는 이유는 뻔하다. 경찰 버스가 시위대가 경찰 저지선을 넘지 못하게 하는 '경찰차벽'에 동원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경찰의 시위 진압 능력 저하를 위해서라면 의경의 복지 따위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시위대의 폭력에 부상당하거나 무릎 통증을 참고 경찰 버스에 대기하는 의경들 부모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렸다면 이런 무책임하고 매정한 소리가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수권 정당을 자임하는 제1 야당이라면 균형 감각을 가져야 한다. 경찰의 과잉 진압만 침소봉대할 것이 아니라 시위대의 폭력도 마땅히 비판해야 한다.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농민 한 명이 중태에 빠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경찰이 마치 쳐부숴야 할 적이나 되는 듯이 쇠 파이프를 휘두르고, 벽돌과 빈병을 던지는 시위대의 폭력도 국민의 인내의 한계를 넘었다. 시위 대처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것은 이런 폭력을 방조하겠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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