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내부자들

권력층 부패 커넥션…그들의 전쟁

#'미생' 윤태호 작가 웹툰 원작 범죄드라마

#한국 1% 지배층의 비열함'부도덕함 고발

화제성이 많은 영화다. 배우 인생에서 최대 위기에 처한 이병헌의 회심작이며, '미생'과 '이끼'의 원작자이며 웹툰계의 미다스 손인 윤태호 작가의 작품이 원작이다. 여기에 조승우의 팽팽한 연기 파트너십, 백윤식, 이경영, 배성우, 김대명으로 포진된 화려한 조역진 등이 기대감을 드높인다. 무엇보다도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은 스토리다. 지배층의 반칙과 특권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 권력층의 한복판으로 들어가, 그들의 얽히고설킨 이너서클의 실체를 추적한다. '부당거래'(2010)에서 '변호인'(2013), '베테랑'(2015)으로 이어지는 사회비판적 메시지를 가진 영화들의 치열함과 통쾌함을 계승하고자 한다.

단단하게 맺어진 1% 지배층의 내부거래에 균열을 가하는 게 가능한지, 못 가진 자들의 연대와 전략이 통하는지를 시험한다. 영화는 현재 모순으로 가득한 한국사회의 지배구조가 재벌, 정치, 언론의 삼각동맹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을 직시한다. 견고한 그들만의 동맹관계 안에서 서로 밀고 당겨주며, 때로는 서로의 약점을 포착하여 협박하는 방식으로 권력층은 비열하고 부도덕한 지배를 공고히 한다. 장르는 범죄드라마이며, 액션과 음모, 신뢰와 배신의 연속으로 긴장감을 놓지 않는 남자들의 영화다.

깡패 안상구(이병헌)는 대한민국 여론을 움직이는 보수신문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를 도와 유력한 대통령 후보(이경영)와 재벌 회장(김홍파)으로 연결된 뒷거래의 판을 짜는 일에 몸으로 헌신한다. 한편 지방대 출신에다 백 없고 족보가 없어 승진에 늘 누락되는 검사 우장훈(조승우)은 대선을 앞두고 대대적인 비자금 조사의 저격수가 되는 기회를 잡는다. 하지만 더 큰 성공을 원한 안상구가 이들의 비자금 파일을 가로채고 거래를 준비하다가 발각되어, 폐인이 된 채 버려진다. 복수를 계획하는 안상구, 그리고 비자금 파일을 이용해 성공하고 싶은 우장훈이 손을 잡는다. 이들은 비자금 스캔들을 덮고 무난하게 대통령에 당선돼 자신들의 지위를 영원히 공고하게 다지고자 하는 대통령 후보, 재벌회장, 그 설계자 이강희와 한판 싸움을 준비한다.

원안을 만든 윤태호 작가는 웹툰 연재를 돌연 중단하고 이야기의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미완성작을 옮기면서 영화는 이 거대한 이야기에 마무리를 가져왔다. 무거운 정치드라마가 아닌, 범죄드라마로 틀을 살짝 옮기면서 장르적 매력을 더해 많은 관객에게 호소하고자 한다. 배우 이병헌과 조승우의 활용을 통해 어둡고 비극적인 이야기를 패셔너블하고 매력적인 것으로 탈바꿈시켰다.

이병헌의 변신은 기대감을 충족시킨다. 깔끔하고 고독한 도시남자에서 파란만장한 밑바닥 거친 인생을 사는 깡패 캐릭터 연기는 영화의 핵심적 재미다. 남도 사투리에 거친 액션을 선보이고, 거침없이 망가졌다가 다시 일어선다. 영화 안에서의 드라마틱한 변신은 이병헌이 아니었다면 호소력을 그만큼 일으키지 못했을 것이다. 재간둥이이면서도 때론 허를 찔리는, 빈틈과 완벽을 오가는 조승우의 연기 역시 훌륭하다. 투톱 캐릭터 영화의 진정한 재미인 인물들의 주고받는 핑퐁게임이 영화를 끌어가는 힘이다.

이에 비해 허점도 많다. 권력층에 대한 묘사는 날카롭지만 진부하다. 그들이 즐기는 섹스파티, 개차반인 인성, 단순한 관계 구성도까지 밋밋하게 표현하고 있어서, 이쪽과 저쪽의 대결구도는 처음부터 어느 한편으로 완벽하게 기울어진다.

게다가 반전이나 사건을 푸는 열쇠는 꽤나 허약하고 손쉽게 드러난다. 복잡하고 거대한 전반부와 달리, 허망하고 평범한 후반부의 불협화음으로 인해, 영화는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를 오간다. 결말부의 폭발력과 끝나고 난 후의 여운이 아쉽다. 결국 영화를 보고 난 후 남는 것은 배우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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