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은 서비스의 가장 기본적인 자세
사람과 사람을 잇는 따뜻한 연결고리
웃음 지을 수 있는 하루를 보냈으면…
얼마 남지 않은 올해도 웃음 가득하길
새벽에 눈이 내렸다. 집을 나서자 온몸으로 매서운 바람이 들이친다. 겨울 초입의 눈 내린 아침은 꽤나 춥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아니면 바쁜 출근길이어서 그런지, 거리를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에게서 웃는 얼굴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아니, 꼭 출근길이 아니더라도 요즘 만나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적어진 것 같아 안타깝다.
내가 좋아하는 시 중에 에머슨의 '성공이란 무엇인가'라는 시가 있다. 이 시의 처음과 끝은 이렇다.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나는 이 글귀를 늘 가슴에 품고 자주 웃고, 많이 웃는 삶을 살려고 노력해왔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자연스레 미소가 얼굴에 배서, 주위 사람들을 만날 때면 늘 내게 "무슨 좋은 일 있으신가 봐요?"라며 묻고는 한다. 하지만 내가 원래부터 이렇게 자주, 그리고 많이 웃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 조상은 예부터 엄숙을 미덕으로 생각했고, 이는 우리 부모님도 마찬가지였다. 무뚝뚝한 경상도 분이셨던 아버지는 내가 어릴 때부터 식사자리에서 웃거나 장난을 치면 '밥상머리에서 웃으면 복 나간다'며 불호령을 내리시고는 했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턴가 내 얼굴에도 웃음보다는 진지함이 가득했다. 특히 대학교에 들어와 사법시험을 준비할 때의 내 얼굴은 진지함을 넘어 심각함으로 가득했었다. 그러다 갑자기 은행에 들어가며 모든 것이 달라졌다. 신입이라 아무것도 모르고 어리바리하던 나는 항상 웃는 얼굴로 고객을 맞아야 한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경주 촌놈이다 보니 사투리도 억셌고, 긴장된 얼굴에 웃음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으니 고객들 역시 나를 좋아할 리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거래처 직원이 당황스러운 말을 했다. "주임님은 일은 잘하시는데, 대화할 때 심각한 얼굴로 뚫어지게 쳐다보셔서 부담스러워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매일 웃는 연습을 했다. 세수하다 거울을 봐도 웃고, 길을 걷다 유리벽을 마주할 때도 웃었다. 사람을 만나게 되면 먼저 미소를 짓는 습관을 들이고자 노력했다. 그렇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웃는 연습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레 미소를 짓게 됐다. 처음 온 고객들에게 '호감 가는 인상'이라는 인사말도 종종 듣게 됐다. 기분이 좋아지니까 더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지고, 왠지 마음에 여유가 생기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그렇게 마음이 건강해지니, 신체도 건강해지는 것 같았다. 실제로 웃음은 건강에도 좋은 효과를 준다고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이 1분 동안 실컷 웃으면 10분 동안 조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고 한다. 웃음으로 건강까지 챙길 수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닌가. 예순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도 등산을 즐기는 내게 주위 사람들이 건강의 비결이 뭐냐고 물으면, 나는 많이 웃다 보니 건강해진 것 같다는 말을 농담처럼 건넨다.
은행장 시절, 매년 입행하는 신입행원들에게 사령장을 나눠줄 때도 나는 '항상 웃는 은행원'이 되어 달라 당부하고는 했다. 은행원은 서비스업의 가장 대표적인 직업이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볼 수 있는 유형의 상품이 아닌 무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은행원은 무엇보다 고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신뢰를 얻어야 한다. 사람들은 눈빛과 표정, 행동만을 보고도 상대방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눈빛에 담긴 정감 어린 표정과 따뜻한 미소는 상대에게 신뢰를 주고 즐거운 마음을 전해줄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진정한 고객만족서비스를 위해서는 고객을 편안하고 즐겁게 해주어야 하고, 고객을 위하는 마음을 얼굴과 몸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웃음은 서비스의 가장 기본적인 자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가장 따뜻한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바쁘고 퍽퍽한 일상이지만, 그래도 웃음 지을 수 있는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다.
그러고 보니 올해 달력도 어느새 마지막 한 장만이 남았다. 비록 남은 달력은 한 장이지만, 일수로 생각해보면 많은 날이 남아있기도 하다. 올해 남은 시간들은 따듯한 웃음이 가득한 시간들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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