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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유기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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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여류작가가 쓴 명작동화 '플랜더스의 개'는 벨기에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 소년과 개 사이의 아름답고도 슬픈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화가가 꿈인 가난한 소년 네로는 할아버지와 단둘이 우유배달을 하며 살아가는데, 욕심 많은 상인에게 혹사당한 끝에 버려진 파트라슈라는 개를 거둬들여 한 식구로 서로 의지하며 살게 된다.

그러나 어려움이 겹치면서 할아버지는 성탄절을 며칠 앞둔 채 숨을 거두고, 마지막 희망이었던 회화 콩쿠르에서조차 부정심사로 낙선하자, 개를 풍차 방앗간에 맡기고 성당을 찾아가 기도를 한 후 죽어간다. 성탄절 아침 개를 끌어안고 죽은 네로가 발견되는데, 파트라슈가 주인 곁을 지키며 함께 생을 마감한 것이었다.

동서양을 막론한 적잖은 충견(忠犬) 이야기는 개가 사람과 가장 가까우면서도 충직한 동물임을 새삼 일깨워준다. 보비라는 양치기 개는 여행지인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주인이 병으로 객사하자, 14년간이나 매일 밤 주인의 무덤을 찾아와 지켰다고 한다. 에든버러 시민들은 보비에게 명예시민권을 수여하고 주인 곁에 묻어줬으며, 묘비와 동상까지 세웠다는 것이다.

일본 도쿄에도 시부야 역의 상징이라 불리는 충견 하치의 동상이 있다. 주인인 우에노 교수가 퇴근할 무렵이면 매일 역으로 마중을 나갔던 하치는 교수가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지만, 10년을 한결같이 주인을 기다리다 역 앞에서 세상을 떠났다. 충직한 개의 일생에 숙연해진 시민들은 하치가 죽은 날을 애도일로 선포하고, 하치의 자손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전북 임실에서 오래된 충견 이야기가 전한다. 술에 취한 채 풀밭에서 잠든 주인 곁에 있던 개가 들불이 번져오자 근처 개울물에 뛰어들어 몸을 적신 후 불길 속에 뒹굴기를 반복하다가 기력이 다해 죽어간 오수견의 얘기이다. 고려 후기 최자가 엮은 보한집에 전하는 내용이다. 구미 해평에 있는 의구총(義狗塚)도 비슷한 사연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버려진 개의 수가 연간 8만 마리를 넘고, 그 중 새 주인을 찾은 경우는 13%에 불과하다고 한다. 유기견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모든 반려견의 '동물등록'을 의무화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람이건 동물이건 버려진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쉬 끊을 인연이면 맺지를 말아야지, 각박한 세상이니 충견인들 어떻게 기대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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