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미화 칼럼] 국회의장은 별 그대인가

취준생 을미년 사자성어 노이무공

석학들, 정치'경제 비상사태 경고

"괜찮다" 국회의장, 때 놓치면 죄인

교수신문이 '혼용무도'(昏庸無道)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았다면, 20'30 취업준비생과 직장인들은 '노이무공'(勞而無功)과 전전반측(輾轉反側)을 각각 1'2위 사자성어로 뽑았다. 비정규직 근로자나 열정페이로 아무리 애를 써봐야 공(功)을 세우지 못할 뿐 아니라 연애'결혼은커녕 '60세 정년 연장'에 밀려 취업까지 포기해야 하는 젊은이들의 잠 못 이루는 고민을 사자성어에 담아냈다.

청년 고민이 이처럼 심각한데 수명을 다해가는 19대 국회의원들은 현역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선거구 획정은 뒤로 미룬 채 이합집산과 신당 놀이, 그리고 당내 공천 룰 정하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연내로 기한이 정해져 있는 선거구 획정을 위해서 여야 2+2 대표들은 뻔질나게 만났지만, 만났다 하면 결렬하기 바쁘다. 모여봤자 길어도 7시간, 짧게는 몇십 분 만에 찢어지면서 만남의 횟수만 늘리고 있다. 벌써 여덟 번째 만남이 무위로 돌아갔다. 단 한 번을 만나더라도, 성과를 낼 때까지 밤샘이나 연속회의도 불사하여 국민 걱정을 덜어줄 자세는 보이지 않는다. 뭐를 믿고 저런 국회의원들을 뽑았는지 후회막심한 유권자들은 차기 총선에 "찍을 후보가 없다"는 항목을 넣는다면 아마도 절반 이상 지역구가 추풍낙엽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

을미년 막바지까지도 민초들의 타들어가는 심정은 의원님들의 관심권 밖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해외 석학들까지 우리 사회를 국가비상사태에 견주어 경고하는데 정신줄 잡고 있어야 할 입법기관의 수장까지 귓전으로 흘려들을 수 있나. 정의화 국회의장은 노사정 합의를 거쳐 여야 대표 합의까지 마쳤으나 하극상처럼 야당 법사위원장이나 정책위원장의 반대에 부딪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법안에 대해 "성을 바꾸는 한이 있어도 직권상정은 못한다"고 외면하고 있다.

정 의장의 느긋함에 반해서, 미국 버지니아대 조너선 하이트 교수는 우리 사회를 정치와 경제 두 갈래 측면에서 국가비상사태로 간주했다. 하이트 교수는 중국'일본'홍콩'한국 등 아시아 각국의 정부'기업'언론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 한국은 정부와 기업 신뢰도에서 심각한 경고등이 켜졌다고 알렸다.

우선 아무 성과도 내지 못하게 막으려는 음모론자들이 없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지금 정부에 대한 낮은 신뢰도(33%, 아델만 조사)는 좋은 정책을 해나가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래서 모든 정치인과 정당은 이 사태를 국가적 비상사태로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에 대한 신뢰도는 그보다 더 낮은 32%에 그쳤다. 한국의 기적을 이룬 산업계에 대한 신뢰도가 최근 급격하게 떨어져 세계 평균(56%)과 큰 차가 난다. 기업가들도 이 수치를 보면 국가적 비상사태임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기업 신뢰도는 세계 평균과 비슷했다. 그러나 요즘처럼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을 헤매면 다시 한 번 한반도 기적을 일으킬 원동력도, 세계 일곱 번째 30-50 진입도 어렵다.

결국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기업이고, 그 기업들이 글로벌시장에서 잘 싸우도록 뒷받침해주는 것은 법적인 조치이다. 기업들이 자금을 쌓아놓고도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막는 어리석음은 해가 가기 전에 해소시켜야 한다. 그런데도 아직 우리 경제가 괜찮다는 정의화 국회의장은 별에서 온 그대인가. 선거구 재획정뿐만 아니라 청년 일자리 창출과 직결되는 노동개혁 관련 5대 법안이나 서비스 관련 법안 등에 대한 직권상정도 적극적으로 고려하기를 바란다.

청년들이 제풀에 다 떨어져 나가는 마당에 국회선진화법에 반대했다는 과거의 흔적이나 직권상정을 하지 않았다는 명분이 뭐 그리 중요한가. 정의화 국회의장이 위기를 직시, 정치'경제적 대치 법안의 물꼬를 트는 송구영신 선물을 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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