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학금 내놔" 기업에 갑질하는 구미시

인허가 업체에 모금 무리수…"경기침체 가뜩이나 힘든데 준조세 기부금 요구하다니…"

'구미시장학재단'이 무리하게 장학기금을 모으면서 지역사회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

구미시는 2008년 8월 구미시장학재단을 설립, 2010년까지 100억원의 장학기금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구미시의 출연금에다 개인과 단체가 기탁한 기부금 모두를 합쳐도 69억원에 그쳤다.

다급해진 구미시는 시민과 기금조성추진위원 등을 통해 '장학기금 1계좌 갖기 운동'에 나섰고, 정부와 경북도의 각종 평가를 통해 받은 상금과 사업비 등도 장학금으로 출연했다. 지방비 100억원을 연차적으로 장학기금으로 출연할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시의회의 반대로 출연 계획 등이 무산되자 구미시는 장학기금 모금에 무리수를 동원하기 시작했다.

구미시는 시금고 유치 경쟁에 뛰어든 금융회사에 장학기금 출연을 요구, 일반회계를 차지한 대구은행이 24억원, 특별회계를 맡은 농협은 10억원의 장학금을 내놨다.

구미시는 각종 인'허가 대상 기업이나 지도'감독 대상 업체로부터도 예외 없이 장학금을 거둬들였다. 최근에는 구미4국가산업단지 인근 대형 아울렛 매장을 준비하고 있는 A사도 1억원의 장학기금을 내놨다.

1국가산업단지에서 폐기물 소각장을 운영하는 B사도 2012년 1억원의 장학금을 낸 후 2013년에도 추가로 2천만원의 장학금을 냈다. 2013년부터 구미시내 2곳에서 아파트를 짓고 있는 J건설사는 각각 1억원씩 2억원의 장학금을 낸 것을 비롯해 구미의 아파트 건설사 대다수가 수천만원에서 1억원까지 예외 없이 장학금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구미 한 기업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가뜩이나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지자체의 무리한 장학금 조성사업은 기업들을 힘들게 한다"며 "기업은 절대 손해 보는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준조세 형태의 기부금은 결국 원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 모두 시민 부담으로 되돌아갈 뿐이다"고 털어놨다.

구미시 한 관계자는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한 장학재단의 순기능을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순수한 의도로 장학금을 낸 기부자의 참뜻이 오해받을까 우려된다"며 "향후 각종 인'허가와 관련된 업체의 장학금 기부는 오해받을 소지가 있는지 충분이 검토한 후 신중을 기해 받겠다"고 했다.

한편 구미시장학재단은 이달 기준으로 기업체와 단체'개인 등 1만8천여 명으로부터 장학금을 기부받아 모두 241억4천여만원의 장학기금을 적립했다. 구미시는 기금 이자로 749명의 고교생과 대학생에게 14억2천2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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