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임산부 복강경 수술…유산·조산 걱정까지 크게 덜어

정밀도 높아 태아 위험도 낮춰

임신 21주차인 김모(33) 씨는 아랫배에 갑작스러운 통증을 느꼈다. 조기 진통일까 불안한 마음에 산부인과 진료를 받은 김 씨는 태아의 상태가 양호하고 자궁 수축도 없다는 진단을 받고 안심했다. 하지만 "급성충수염(맹장염)이 의심되니 외과 진료를 받으라"는 주치의의 설명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김 씨는 고민 끝에 수술대에 누웠고, 염증이 번지던 맹장을 떼어냈다.

임산부는 수술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수술로 인한 조산이나 유산 등의 가능성 탓이다. 그러나 산모 500명 중 1명은 임신 도중 복부 수술을 받는 경험을 하게 된다.

◆급성충수염이나 담낭염 많아

임산부들도 외과 수술이 필요한 질환에 걸릴 수 있다. 가장 흔한 것은 급성충수염과 담낭염, 장폐색 등이다. 특히 임신은 여성 호르몬의 분비가 줄면서 혈액 내나 담즙 내에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 콜레스테롤성 담석증의 주요 원인이 된다. 이 밖에도 난소에 종양이 생기거나 난소염전(꼬이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담석증이나 부신종양, 탈장, 염증성 장질환으로 인한 출혈 등 합병증이 있는 경우 임신 중이라도 수술을 받게 된다.

임산부의 수술은 자궁에 물리적인 자극이 가해지거나 마취로 인한 자극, 수술 후 복벽에 남는 통증 등으로 인해 조기 산통을 유발할 수 있다. 출산 후로 치료를 늦출 수 있는 질환이라면 굳이 전신 마취를 하면서 수술을 받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응급질환은 중증도에 따라 조기 산통과 유산, 조산 등의 위험성을 높인다. 따라서 응급수술이 필요한 경우라면 가능한 한 빨리 수술을 받는 것이 출산과 관련한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 특히 급성충수염을 방치할 경우 복막염이나 충수 주위에 농양으로 발전할 수 있고, 급성담낭염도 간기능 악화나 담도, 췌장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수술은 개복수술과 복강경수술 모두 가능하지만, 수술 후 통증이 적고 자궁에 자극을 덜 주는 복강경수술이 선호되는 추세다.

◆임신 기간보다는 중증도가 중요

과거에는 임산 14주까지는 수술로 인한 자연 유산이나 조산이 나타날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임신 15~28주가 될 때까지 수술을 연기하는 것을 권장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질환의 중증도가 유산 등의 위험성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 임신 기간에 구애받지 않는 경향이 있다.

임산부의 경우 복강경수술의 장점이 적지 않다. 수술 후 통증이 적고, 장 마비가 올 확률이 낮으며 입원 기간이 단축된다. 특히 임산부의 경우 진통제를 투여하면 태아의 호흡억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복강경수술은 상처 부위의 통증이 적고 회복기간이 빠르기 때문에 진통제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수술 상처 범위가 작기 때문에 2차 감염 등 합병증이 나타날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낮다.

복부 수술로 인한 통증 때문에 숨을 크게 쉬지 못해 나타나는 무기폐(폐가 쪼그라드는 증상)나 폐렴 등의 합병증도 줄일 수 있다. 개복수술에 비해 복부 내에서 시야 확보가 쉽고 정밀한 수술이 가능해 자궁에 물리적인 충격이나 자극을 줄일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김기둥 마크원외과 원장은 "주변 조직과 유착이 심한 급성충수염의 경우 개복수술은 주변의 장 조직을 밀어가면서 수술해야 하기 때문에 자궁벽에 물리적인 힘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복강경수술은 수술로 인한 자연유산이나 조산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도움말 김기둥 마크원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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