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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단락 인문학] 예쁘지 않아도 괜찮아, 종이 봉지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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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인문학 책을 활용한 수업을 해보자는 목표를 세우고 다양한 책을 찾아보았는데, 의복에 관한 수업을 위해서 선택한 책이 미국의 아동문학가 로버트 먼치(Robert Munsch)의 '종이 봉지 공주'입니다. 이 책 속의 공주는 여느 그림책 속의 공주들과는 다릅니다. 왕자에게 선택을 받기보다 스스로 삶을 선택하는 결정을 내리지요.

엘리자베스 공주가 살고 있는 성에 어느 날 무서운 용이 나타납니다. 용은 성을 부수고, 뜨거운 불길을 내뿜어 공주의 옷을 태우고 로널드 왕자를 납치해 갑니다. 예쁜 드레스가 모두 타버려 입을 것이 없자 엘리자베스는 종이 봉지를 입고 로널드 왕자를 구하러 갑니다. 비록 볼품없는 종이 봉지 옷을 입었지만, 엘리자베스 공주는 무서운 용과 맞서 용기와 지혜를 발휘하여 로널드 왕자를 구합니다.

왕자가 눈물이라도 흘리면서 고맙다고 말해야 할 순간에, 이런 대화가 오갑니다. "엘리자베스, 네 꼴이 엉망이구나! 아이고 탄내야. 머리는 온통 헝클어지고, 더럽고 찢어진 종이 봉지나 걸치고 있고. 진짜 공주처럼 챙겨 입고 다시 와!"

공주가 말했어요. "그래, 로널드. 넌 옷도 멋지고 머리도 단정해. 진짜 왕자 같아. 하지만 넌 겉만 번지르르한 껍데기야!" 이렇게 해서 두 사람은 결국 결혼하지 않았지요.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외치는 아이들에게 PPT로 그림을 보여주면서 그림책을 읽어주었습니다. 의외로 아이들은 조용히 저의 어설픈 구연동화를 들어주었습니다. 그림책 읽어주기가 끝난 후, 모둠별로 엘리자베스와 로널드의 행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학생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다양했습니다.

"내가 엘리자베스 공주라도 종이 봉지를 입고 로널드를 찾으러 가겠다" "내가 로널드라면 엘리자베스 공주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을 할 텐데" 등이었지요.

그렇지만, 이런 의외의 토론도 벌어졌습니다. "엘리자베스 공주는 왜 종이 봉지를 입었을까? 나뭇잎으로 옷을 만들어 입지" "나뭇잎으로 옷을 만들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잖아. 빨리 가야 하니까 그랬지" "나뭇잎이나 종이 봉지 외에 옷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등이 그것이었습니다.

그림책에는 짧은 내용보다 훨씬 많은 이야깃거리가 숨어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의복을 주제로 이야기를 했지만, 성 역할이나 남녀평등에 대한 이야기도 할 수 있겠지요. 로널드와 결혼하지 않겠다고 외치고, 길을 떠나는 엘리자베스의 뒷모습은 씩씩하고 힘이 있었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그렇게 당당하게 세상을 살아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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