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개척 시대인 1823년을 배경으로, 전설적인 모피 사냥꾼 휴 글래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시대극이다.
지난해 '버드맨'(2014)으로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멕시코 출신의 세계적인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를 비롯하여 제작진과 배우진이 화려하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톰 하디의 적대적인 캐릭터 구도와 열띤 연기 대결이 흥미진진하며, '그래비티'(2013)와 '버드맨'으로 2년 연속 아카데미 촬영상을 수상한 멕시코 출신의 촬영감독 엠마누엘 루베즈키, '마지막 황제'(1987)로 아시아인 최초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 일본의 세계적 음악가 류이키 사카모토, '데어 윌 비 블러드'(2007)의 프로덕션 디자이너 존 피스크 등 최고의 스태프진으로 구성되었다.
아카데미 시즌에 맞추어 개봉, 2년 연속으로 아카데미를 노리는 작품으로 지난 일요일에 열린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아카데미 트로피에 한 발짝 다가섰다. 특히 4차례나 후보로 지명되고도 한 번도 수상하지 못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의 눈물겨운 아카데미를 향한 도전은 많은 팬들을 여러 방면(?)으로 즐겁게 한다. 이번에는 수상이 유력하다는 것이 중평이다.
서부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총잡이가 주인공인 서부극은 아니다. 실화를 가져와서 그 시대 그 인물이 살던 환경을 거의 그대로 재현하고자 한 이냐리투 감독의 극사실주의 연출이 영화의 키워드다. 글래스의 목숨을 건 여정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감독은 몇 가지 원칙을 고수했다.
첫째, 영화 속 시간의 흐름대로 촬영할 것. 현장에서는 대개 같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을 한데 모아서 촬영하므로 사건의 시간 순서와 별개로 촬영이 진행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무시무시한 사건의 진행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장장 9개월간 촬영을 했다.
둘째, 인공조명을 사용하지 않을 것. 100% 야외 촬영에 낮에는 햇빛을, 밤에는 모닥불을 조명원으로 활용했다.
셋째, 최대한 편집을 자제하고 롱테이크(커트 없이 길게 찍기)를 시도할 것. 이로써 영화는 역동적이고 현실적이 되었는데 관객은 글래스가 겪는, 온몸이 찢어지는 고통을 함께 느끼게 된다.
이냐리투와 디캐프리오의 영화를 향한 장인적 투혼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를 보면서 즐거움이나 쾌락을 말한다는 것은 미안한 일이다. 글래스의 생존을 위한 투쟁과 복수를 향한 처절한 의지를 함께 겪으면서 우주적 원리로 이루어진 세상사와 삶의 이치를 깨닫는 것이 영화가 가진 심오한 의미다.
19세기 아메리카 대륙, 사냥꾼인 휴 글래스(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아들 호크를 데리고 동료들과 함께 사냥하던 중 회색곰에게 습격당해 사지가 찢긴다. 비정한 동료 존 피츠제럴드(톰 하디)는 아직 살아 있는 글래스를 죽이려 하고, 호크가 이에 저항하자 호크마저 죽인 채 숨이 붙어 있는 글래스를 땅에 묻고 떠난다. 눈앞에서 하나뿐인 아들의 죽음을 목격한 글래스는 처절한 복수를 위해 부상당한 몸으로 피츠제럴드의 뒤를 기적적으로 쫓는다.
불행을 떠안은 남자와 그의 극복 투쟁이 이냐리투가 줄곧 추구해온 영화세계다. '레버넌트'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 내몰린 인간의 육체적 나약함과 정신적 위대함을 대비시킨다. 끈질긴 장인정신으로 도달한 이냐리투만의 작가적 영화세계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하지만 못내 아쉬운 점이 있다.
미국 산업주의 발달의 밑거름이 된 19세기 말 모피 무역이 미국 대륙의 원주인인 인디언 원주민을 어떻게 야만적으로 학살했는지, 부성에서 복수로 바뀌는 글래스의 내면의 갈등은 얼마나 심오한지를 표현하는 것은 뒤로 밀려나 버린다.
배우의 연기 혼을 불사른 생존 투쟁 재연이 영화를 장악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디캐프리오의 육체적 고행이 아니라 백인의 약탈과 야만의 역사다. 여전히 그들의 후예가 자신들만의 문명이 정답임을 과시하며 세계 곳곳을 누비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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