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진박연대'까지 나온 대구 총선판, 해도 너무 한다

20대 총선 대구 출마자 6명이 '진박'(眞朴)임을 자처하며 '연대'를 결성한 것은 '박근혜 마케팅'을 가속화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겉으로는 "대구 발전과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한 공동 행동"을 '연대'의 이유로 내세웠지만, 실제 목적은 자신들이 '친박(親朴) 중의 친박'임을 유권자에게 각인시키는 데 있다. 이들 스스로 그렇게 말했다. 이 모임의 한 참가자는 "새누리당 예비후보 대부분이 대통령 마케팅을 하고 있어 우리들 '진박'의 가치가 퇴색된다"며 "대구 시민들에게 진박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필요가 있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했다.

참으로 한심한 행태다. '박심'(朴心)만 내세우면 국회의원 배지는 떼어 놓은 당상이라는 인식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대구지역의 높은 지지도를 자신의 정치적 자산으로 착각하는 오만이다. 그런 점에서 이런 볼썽사나운 '진박' 마케팅은 대구 시민에게 큰 결례일 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에게도 부담을 안기는 정치적 '미숙'(未熟)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실망스러운 것은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의 말 뒤집기이다. 이번 모임은 정 전 장관이 주선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으로 좌장을 맡을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정 전 장관은 불과 일주일 전에만 해도 "'박심에 기대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지난 13일 대구 동갑 출마를 선언한 뒤 "진박'이니 '친박'이니 하는 표현은 가당치 않다"며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후보 개인의 힘으로 노력해 당선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정 전 장관은 모임을 주선하지도, 모임에 참여하지도 말았어야 했다. 그런 점에서 정 전 장관의 '약속'은 친박 마케팅에 대한 대구 시민의 피로감을 의식한 계산된 발언이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대구 출마자들이 서로 '진박'이니 '친박'이니 다투면서 대구 총선판은 점점 더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 자질과 능력 그리고 비전과 정책의 대결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국회의원 선거인지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런 희한한 선거판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한숨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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