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이모(58) 씨에게 밤은 고통스러운 시간이다. 잠자리에 피곤한 몸을 뉘여도 좀처럼 잠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1시간 이상 뒤척이다 지쳐 뜬 눈으로 보낸 날도 많다. 그마저도 견디기 힘든 날엔 처방받은 수면제의 힘을 빌려서야 간신히 잠이 든다. 이 씨는 "병원에서는 너무 예민한 성격 탓에 불면증에 시달린다며 마음을 편하게 가지라는데 말처럼 쉽지 않다"고 푸념했다.
사람은 평생의 3분의 1을 잠을 자며 보낸다. 숙면은 하루 종일 쌓인 정신적'신체적 피로를 줄이고 새로운 하루를 위해 몸과 마음을 준비하는 역할을 한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일상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만성적인 불면증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기억력과 집중력을 저하시킨다. 고혈압과 심근경색, 협심증, 뇌졸중, 치매 등의 중요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수면장애로 인한 경제적 손실 연간 160억달러
편안한 잠을 방해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수면무호흡증과 수면과다증, 불면증, 하지불안증후군, 수면 중 이상행동, 수면주기장애 등 수십여 가지에 이른다. 이 밖에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파킨슨병, 천식, 갑상선 기능장애, 당뇨, 신부전증 등도 불면증을 유발한다.
만성 불면증은 삶의 질, 기억력,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신체적 건강까지 악화시킨다. 미국의 경우 7천만 명 정도가 심각한 수면장애를 겪고 있고, 고혈압 환자 중 25%가 수면무호흡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면무호흡증은 30~60세 남성의 9~15%, 여성 중 4~9%가 겪는다. 특히 뇌졸중 환자가 수면무호흡증을 동반할 경우 후유증이 더욱 심해진다.
수면장애는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다. 미국에서 발생한 산업재해와 교통사고의 원인 중 18%가 주간 수면과다증(졸음증)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국에서 수면장애로 인한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은 연간 160억달러, 간접적인 손실은 500억~1천억달러에 이른다.
불면증은 밤에 잠들기 어렵거나 잠들어도 자주 깨는 경우, 새벽에 너무 일찍 잠에서 깨는 경우를 말한다. 이 같은 증상이 1주일에 3차례 이상 수개월씩 지속되면 만성 불면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 불면증이 지속되면 항상 피곤하고 정신이 불안정한 상태가 이어진다. 어린이들은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면 낮에 쉽게 흥분하고 부산스러워진다. 집중력이 떨어져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나 학습능력 저하, 성장 둔화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억지로 청하는 잠은 오히려 수면 방해
불면증의 원인은 스트레스와 불안, 우울감 등 심리적인 요인과 함께 나쁜 수면습관과 환경 등도 원인이 된다. 취침시간과 기상시간이 일정하지 않거나 술, 담배, 카페인 음료 등을 자주 섭취해도 불면증을 일으킨다. 주기적인 사지경련증이나 하지불안증후군, 수면무호흡증 등 신체적인 증상도 숙면을 방해한다. 따라서 불면증을 잘 치료하려면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정확한 진단 없이 수면촉진제에 의지하면 치료를 방해하고 불면증을 악화시킨다.
잠을 잘 자려면 잠들기 위한 최적의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방 안의 조명을 어둡게 하면 뇌에서 멜라토닌이 분비되면서 근육이 이완돼 잠이 오기 좋은 조건이 된다.
졸리지 않는데도 억지로 잠을 청하는 것은 좋지 않다. 잠들기 어려우면 침실 외에 다른 장소에서 조명을 어둡게 한 뒤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들으며 잠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낫다.
잠이 오지 않는다며 술을 마시는 것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졸음이 와서 쉽게 잠들 수 있지만, 점점 효과가 없어지고 술을 더 많이 마시게 된다. 술을 마시면 혈중 알코올 농도가 올라가면서 처음에는 잠이 오지만 새벽에 알코올 농도가 떨어지면 오히려 각성 작용이 일어나 일찍 잠에서 깨게 된다.
만성 불면증은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원인을 진단한다. 일반적으로 수면위생교육과 수면제한요법, 인지행동요법, 이완요법, 약물치료 등 다양한 방법으로 치료를 한다. 단기 불면증 환자는 올바른 수면습관과 환경을 만드는 것으로 쉽게 치료할 수 있다.
이호원 칠곡경북대병원 뇌신경센터 교수는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이 있는데도 수면촉진제를 복용하면 숨을 안 쉬는 증상이 악화돼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면서 "수면제는 종합적인 치료의 일부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이호원 칠곡경북대병원 뇌신경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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