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지역 인재 채용에 생색만 내는 도로공사

지역 인재 8.2%만 채용 계획, 가스공사와 대조적

공기업 지역 이전 취지 무색, 이제라도 재고해야

김천혁신도시에 이전한 한국도로공사가 올해 신입사원 채용 계획을 내놓았지만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예정 인원 159명 중 8.2%인 13명을 지역 인재로 채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2015년에 147명 중 7.5%인 11명을 지역 인재로 뽑았으니 지난해보다 고작 2명이 늘어난 셈이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지역 인재 채용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고, 오로지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생색내기용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우리는 도로공사 경영진이 김천혁신도시로 이전한 취지와 목적을 제대로 모르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를 한다. 도로공사가 2014년 말 경기도 성남에서 상대적으로 불편한 김천으로 이전한 취지는 지역 협력과 발전, 상생 같은 국가적 과제에 부응하기 위한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 이런 취지와 목적을 이해하고 있음에도 전체의 10%에 미치지 못하는 지역 인재를 채용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정말 상식 밖의 일이다. 대구에 이전한 한국가스공사가 지난해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에서 전체의 35%를 대구경북 출신으로 뽑은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도로공사는 간부직원 출신들에게는 온갖 특혜를 베풀고, 산하 톨게이트(영업소) 직원들에게는 가혹한 대우를 해온 공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 6월 통계로는 톨게이트 운영자의 70% 이상이 고위 퇴직자 출신이고, 모두 수의계약으로 운영권을 넘겨받아 적지않은 노후 수입을 얻었다. 반면, 대부분 주부 사원인 전국 366개 영업소 수납원 7천200명에게는 최저임금 수준을 주면서 앞으로 스마트톨링 무인시스템 도입까지 계획해 해고 불안을 부채질했다. 도로공사는 '땅 짚고 헤엄치는 사업'으로 수익을 올리면서도 국민에게는 아무런 혜택도 돌려주지 못하고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도덕적 해이의 전형이다.

도로공사가 지역 인재 채용에 인색한 것도 도덕적 해이와 자사 이기주의에 빠져 있는 연장선에 있지 않나 하는 의심이 든다. 이제라도 채용 계획을 재고해 지역 인재 할당 비율을 높이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라. 최소한 30% 이상은 돼야 지역에 있는 공기업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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